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
김웅-조성은 통화녹취록 복구…김웅, '윤석열' 3번 언급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증거인 공익제보자 조성은 씨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을 총 세 번 언급했고, 구체적인 고발장 작성 계획부터 고발장 접수처까지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검찰 관여 정황은 더욱 뚜렷해졌다.
조성은 씨가 20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오전 10시3분, 오후 4시25분 총 2차례 조 씨와 통화했다.
오전 1차 통화에서 김 의원은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조 씨에게 말했다. 2차 통화에서도 김 의원은 "우리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봤다. 이 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 "고발장(을 접수하러)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놓을게요"라고 말하면서 접수처를 대검찰청으로 바꾸라고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마치 누군가에게 지시받아 조 씨에게 전달하는 모양새다. '저희가' '우리가' '그쪽에다가' 등의 표현을 미뤄보면 김 의원과 검찰이 사전에 협의했거나 검찰이 김 의원에게 부탁했을 가능성도 의심된다.
김 의원은 조 씨에게 주문사항을 설명하면서 윤석열 전 총장의 이름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제가 (고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거나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왜 검찰이 먼저 인지수사 안 하냐는 이런 식으로(항의도 좀 하시라)"라고 말했다. 검찰이 고발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조 씨에게 수차례 지침을 내리는 모습이다.
이어 "고발장 요 건 관련해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되는데. 무슨 말인지 아시죠"라며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사건의 핵심 증거인 공익제보자 조성은 씨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이선화·남윤호 기자 |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김 의원이 먼저 언급한 것도 검찰의 개입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김 의원은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동재 전 기자의 대응 전략까지 미리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1차 통화에서 "오늘 아마 이동재가 양심선언 하면 바로 키워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목소리는 이동재하고 한동훈하고 통화한 게 아니고, 이동재가 한동훈이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가장해서 녹음을 한 거예요. 그걸 아마 오늘 밝힐 거 같고"라고 말했다. 또 "선거판에서 MBC를 이용해서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윤석열 죽이기, 윤석열 죽이기 쪽으로 갔다. 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은 채널A 진상보고서가 공개되기 이전인 당시 상황에서 관련자들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김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저희'라는 말에 대해 자꾸 이야기하는데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검찰은 아닌 것 같다"며 "제가 제보자가 누군지 몰랐었고, 계속 헤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런 시빗거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런 것을 차단했으면 좋겠다는 맥락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4일 한동훈 검사장과 권순정 전 대검찰청 대변인을 추가로 입건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의 통화녹취록을 토대로 윤 전 총장을 포함한 검찰 관계자들이 관여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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