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귀국 후 더 꼬이는 '대장동 그분'…미궁 속으로
입력: 2021.10.19 05:00 / 수정: 2021.10.19 08:47
미국에 체류 중이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검찰 수사관에 체포돼 입국장을 나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남용희 기자
미국에 체류 중이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검찰 수사관에 체포돼 입국장을 나가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남용희 기자

남 변호사 "내가 아는 한 이재명은 아니다"…증언 서로 뒤죽박죽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 4인방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귀국하면서 '대장동 그분'의 정체가 더 꼬이고 있다. '그분' 발언 자체가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남욱 변호사는 입국장에서 검찰에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서 15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19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남 변호사는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JTBC와 인터뷰하면서 '그분'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는 "그 분' 때문에 난리가 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율이 떨어지고"라며 "제가 알고 있는 한, 거기(이 지사)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JTBC 인터뷰와는 조금 달라진 뉘앙스다. 당시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그분'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다고 기억했다. 좀더 높은 지위의 제3의 인물을 암시했지만 이제 이재명 지사는 아니라고 못박은 것이다. 이 지사와는 2010년 선거 때 악수 한 번 한 게 전부라고도 덧붙였다.

'그분'은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담긴 김만배 전 기자의 발언 중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화동인 1호 이익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다는 거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전 기자는 '그분'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천화동인 1호는 틀립없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한다. 한때 "동업자 사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내 입장을 번복했다.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장 출신이자 유동규 씨와 동업관계로 알려진 정민용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정영학 녹취록 속 '그분'은 한 번 언급되며 세간에서 말하는 그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중 추궁하자 "단정할 수는 없다"고 물러섰지만 국감 내내 언론에서 언급되는 녹취록 내용 자체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분'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아수라'를 빗대며 '그분은 이재명'이라는 취지로 공세에 나서자 이재명 지사는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였다. 그는 "내가 진짜 화천대유의 주인이면 길 가는 강아지에게 (돈을) 주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했던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는 주지않는다"고 적극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금까지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그분'이 이재명 지사라고 주장한 사람이나 정황은 없는 셈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거나 그보다는 좀더 나이나 지위에서 상급인 사람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다만 '그분'이라는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조차 미궁에 빠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9일에도 남욱 변호사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한 피의자는 48시간이 지나면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남 변호사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공여약속 등의 혐의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2009년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1007억원을 배당받았다.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 미국으로 출국했으나 검찰의 요청을 받은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귀국했다.

lesli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