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 첫 재판…이광철·검찰 서로 작심 비판
입력: 2021.10.15 16:45 / 수정: 2021.10.15 16:45
이광철(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뉴시스
이광철(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뉴시스

"대검 수뇌부 수사 안 해" vs "누가 수사팀 해체했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에 대검찰청 수뇌부가 개입한 물증이 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마주 앉은 검찰은 "수사팀 해체한 게 누군데 수사가 미진했다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전 비서관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다.

직접 모두진술에 나선 이 전 비서관은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이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게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관련 문자를 보낸 점에 집중했다. 그는 "(검찰과의) 서면 문답에서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에 관해 어떤 보고도 못 받았다는 봉 전 차장이 어찌 된 영문인지 문 전 총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뒤늦게 발견했다며 제출했다"며 "내용 역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보고받았고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조치에 당시 대검 수뇌부가 관련됐지만 대부분 서면으로만 조사하거나, 핵심 인물 사이 대질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의 문자를 보낸 봉 전 차장의 휴대전화를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포렌식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비서관은 "(대검 수뇌부에 대한 수사에) 머리가 띵한 충격을 받았다. 이게 대한민국 검찰 수사가 맞느냐"며 "장장 4개월 동안 언론을 장식한 우리 사회 현안에 대검 수뇌부가 개입한 물증이 확인됐는데 추가 수사는 없다시피 하고, 차규근·이규원·이광철만 기소하고 끝이라니 이게 정상적 수사냐"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 등만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놓고 대검 수뇌부 수사는 "시늉만 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에 대검찰청 수뇌부가 개입한 물증이 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마주 앉은 검찰은 수사팀 해체한 게 누군데 수사가 미진했다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동률 기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에 대검찰청 수뇌부가 개입한 물증이 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을 '작심 비판'했다. 마주 앉은 검찰은 "수사팀 해체한 게 누군데 수사가 미진했다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동률 기자

이 전 비서관의 모두진술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수사팀 해체한 게 누구냐. 해체해놓고 미진하다고 하면 가당치도 않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1월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수사팀 핵심 인력의 파견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 등 일련의 상황으로 '윗선' 수사에 타격을 입었다는 취지다.

이 전 비서관 측은 "모두진술 절차를 밟은 피고인에게 재판장 허락 없이 공격 신문을 하고 있다. 싸우러 온 게 아닌데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지 않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재판장이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지휘하면서 갈등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역시 "본건은 부패 범죄가 아닌 업무수행의 적법성을 다투고 있지만 업무수행 중 벌어진 일로 이 자리에 선 건 제 불민함 때문"이라면서도 "저는 당시 대검 수뇌부 지시를 받아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검찰 조직에 몸 담고 있는 만큼 상세한 사항은 서면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 역시 방대한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중범죄 혐의를 받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건 적법했다'라고 주장했다. 차 전 본부장은 "검찰은 과거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무고한 민간인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하는데 근본적 의문이 있다. 재수사를 앞둔 중범죄 혐의자가 순수한 민간인이고 해외로 도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내 항공사 승무원을 추행한 몽골 헌법재판소 소장과, 국내에서 개최된 수영대회에서 선수를 불법 촬영한 일본인의 출국을 금지한 바 있다며 "우리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의 국외 도피를 막는 건 출국 금지를 통한 안전한 국경 관리의 세부 항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11월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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