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AMC(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
녹취록·자술서·인터뷰로 선제적 폭로…증언 엇갈리기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의 중심인물들이 각자도생 중이다. 검찰에 자발적으로 녹취록을 제출하고 자술서를 내는가하면 언론 인터뷰로 선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실타래를 풀어준 녹취록은 정영학 회계사에게서 나왔다. 2019~2020년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이 녹취록은 '유동규 700억원 배당', '50억 클럽', '정관계 로비 350억원', '전 성남시의회의장 30억, 성남시의원 20억', '천화동인 1호 배당 절반은 그분 것' 등등 폭발력있는 단서들을 제공해왔다.
궁지에 몰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 측은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불리한 내용은 삭제편집했으며 자신은 정 회계사를 믿지않아 일부러 과장해서 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거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함께 일했고 동업을 도모할 정도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는 검찰에 20페이지 분량의 자술서를 냈다. 그는 여기서 천화동인 1호는 유 전 본부장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 전 기자에게 받을 700억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 체류 중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JTBC 인터뷰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김만배 전 기자가 직접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50억원 씩 7명에게 350억원을 로비자금으로 쓴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전 기자의 '배당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을 놓고 유동규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며 제3자일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다만 이들의 증언은 모순되는 점도 많다. 남 변호사는 여러 주장을 내놓으면서도 2015년 이후 사업 중심에서 배제돼 자신은 아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녹취된 대화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것은 김만배 전 기자와 유동규 전 본부장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그분'이란 대목에서는 의혹을 키우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유동규 700억 배당 약정설'도 첫날 인터뷰에서는 2019년부터 들었다고 했지만 둘째날 인터뷰에서는 한발 물러서며 뉘앙스가 달라졌다. 10년 전 한나라당에 잠시 몸담았을 뿐 정치와 무관하다고도 강조했지만 대장동 사업에서 '대관' 업무를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정관계 불법 로비의혹으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김만배 전 기자에게 들었다는 다양한 말을 전하면서도 "(김 전 기자가) 원래 거짓말을 많이 한다"며 알쏭달쏭한 여지를 남겼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11. /뉴시스 |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김만배 전 기자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는 점에서는 증언이 맞아떨어진다. 다만 정 회계사는 제3자 쪽에,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 쪽에 비중을 둔다. 남 변호사는 자기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제3자에 무게를 싣는다. 김 전 기자는 자신은 1호 소유주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김만배 전 기자·유동규 전 본부장과 세 사람은 동업자지만 다소 이질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2009년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정민용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이며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를 추천받았다. 남 변호사는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정 변호사는 한나라당·새누리당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전달한 녹취록을 국민의힘 측에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밭을 일구던 대장동사업에 뒤늦게 끼어든 김 전 기자와 유 전 본부장이 실세가 돼 판이 커진 모양새다.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전 기자는 2011년 천화동인 7호 소유주인 배모 전 기자의 소개로 알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의 천화동인 4호는 1007억원, 정영학 회계사의 천화동인 5호는 644억원을 배당받았다. 1208억원을 벌어들인 김만배 전 기자의 천화동인 1호에 이어 2,3번째 수익이다.
이때문에 이들이 검경의 수사가 시작되자 책임을 덜기 위해 말을 맞춰 살길을 찾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 전 기자 쪽과 남 변호사 쪽이 2019년 이후 부동산시장 과열와 본격적인 분양에 따른 수익 배당과 부담할 비용을 놓고 갈등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폭행 당하는 등 인간적인 모멸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13일 남욱 변호사에게 여권 반납 명령 및 여권발급 제한 조치를 취했다. 정상적 절차라면 남 변호사는 늦어도 한 달 내에는 귀국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김만배 전 기자는 14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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