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 대장동 동업자들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
입력: 2021.10.14 05:00 / 수정: 2021.10.14 05: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AMC(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AMC(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에 위치한 주식회사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녹취록·자술서·인터뷰로 선제적 폭로…증언 엇갈리기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의 중심인물들이 각자도생 중이다. 검찰에 자발적으로 녹취록을 제출하고 자술서를 내는가하면 언론 인터뷰로 선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실타래를 풀어준 녹취록은 정영학 회계사에게서 나왔다. 2019~2020년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대화를 녹음한 이 녹취록은 '유동규 700억원 배당', '50억 클럽', '정관계 로비 350억원', '전 성남시의회의장 30억, 성남시의원 20억', '천화동인 1호 배당 절반은 그분 것' 등등 폭발력있는 단서들을 제공해왔다.

궁지에 몰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 측은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불리한 내용은 삭제편집했으며 자신은 정 회계사를 믿지않아 일부러 과장해서 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거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함께 일했고 동업을 도모할 정도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는 검찰에 20페이지 분량의 자술서를 냈다. 그는 여기서 천화동인 1호는 유 전 본부장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 전 기자에게 받을 700억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 체류 중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JTBC 인터뷰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김만배 전 기자가 직접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50억원 씩 7명에게 350억원을 로비자금으로 쓴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전 기자의 '배당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을 놓고 유동규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며 제3자일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다만 이들의 증언은 모순되는 점도 많다. 남 변호사는 여러 주장을 내놓으면서도 2015년 이후 사업 중심에서 배제돼 자신은 아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녹취된 대화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것은 김만배 전 기자와 유동규 전 본부장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그분'이란 대목에서는 의혹을 키우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유동규 700억 배당 약정설'도 첫날 인터뷰에서는 2019년부터 들었다고 했지만 둘째날 인터뷰에서는 한발 물러서며 뉘앙스가 달라졌다. 10년 전 한나라당에 잠시 몸담았을 뿐 정치와 무관하다고도 강조했지만 대장동 사업에서 '대관' 업무를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정관계 불법 로비의혹으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김만배 전 기자에게 들었다는 다양한 말을 전하면서도 "(김 전 기자가) 원래 거짓말을 많이 한다"며 알쏭달쏭한 여지를 남겼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11. /뉴시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11. /뉴시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김만배 전 기자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는 점에서는 증언이 맞아떨어진다. 다만 정 회계사는 제3자 쪽에,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 쪽에 비중을 둔다. 남 변호사는 자기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제3자에 무게를 싣는다. 김 전 기자는 자신은 1호 소유주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김만배 전 기자·유동규 전 본부장과 세 사람은 동업자지만 다소 이질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2009년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정민용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이며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를 추천받았다. 남 변호사는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정 변호사는 한나라당·새누리당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도 공통분모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전달한 녹취록을 국민의힘 측에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밭을 일구던 대장동사업에 뒤늦게 끼어든 김 전 기자와 유 전 본부장이 실세가 돼 판이 커진 모양새다.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전 기자는 2011년 천화동인 7호 소유주인 배모 전 기자의 소개로 알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의 천화동인 4호는 1007억원, 정영학 회계사의 천화동인 5호는 644억원을 배당받았다. 1208억원을 벌어들인 김만배 전 기자의 천화동인 1호에 이어 2,3번째 수익이다.

이때문에 이들이 검경의 수사가 시작되자 책임을 덜기 위해 말을 맞춰 살길을 찾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 전 기자 쪽과 남 변호사 쪽이 2019년 이후 부동산시장 과열와 본격적인 분양에 따른 수익 배당과 부담할 비용을 놓고 갈등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폭행 당하는 등 인간적인 모멸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13일 남욱 변호사에게 여권 반납 명령 및 여권발급 제한 조치를 취했다. 정상적 절차라면 남 변호사는 늦어도 한 달 내에는 귀국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김만배 전 기자는 14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한다.


lesli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