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구속영장 승부수…"증거인멸·혐의소명 자신감"
입력: 2021.10.13 00:00 / 수정: 2021.10.13 02:51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10.11./뉴시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10.11./뉴시스

'천화동인 소유주' 말 바꿔…녹취록 신빙성 평가한 듯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4시간 마라톤 조사를 한 이튿날 곧바로 영장을 전격 청구했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김 전 기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준 5억원은 물론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에게 준 퇴직금 50억원도 뇌물로 봤다. 배임 혐의는 먼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범으로 적시됐다. 성남도공과 화천대유의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빼 성남시에 11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의 공범으로 본 것이다.

김 전 기자는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고강도 조사를 받으면서도 검찰이 확보한 '스모킹건'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신빙성을 깨는데 주력했다.

자신은 정 회계사와 진지하게 대화해본 적이 없을 만큼 경계하는 대상이라 일부러 녹취록에 실린 것처럼 과장된 발언을 했다고 항변했다. 민사소송 정도에 이용할 줄 알았는데 정치적, 형사적으로 활용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정 회계사 측에 불리한 내용은 삭제편집됐고 법조계 인사들에게 고액배당을 계획한 '50억 클럽'도 정 회계사가 먼저 제안했다고도 주장했다.

피의자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현재 가장 중심적 증거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수사팀은 추가조사도 없이 과감하게 영장을 청구했다.

◆서로 말 맞출 수 있고 수사 단계상 영장청구는 'ABC'

일단 배경으로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된다. 김 전 기자는 그동안 말이 바뀌거나 논리적으로 맞지않는 모습을 보였다.

녹취록은 물론 참고인 신분으로 장시간 조사를 받은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의 자술서에도 천화동인 1호는 김 전 기자가 아닌 유동규 전 본부장의 소유라는 정황이 나온다. 영장 청구 뒤 공개됐지만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도 전날 JTBC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터뷰를 했다.

김 전 기자는 녹취록에 나오는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니다' '배당금 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도 애초에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말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사업자들간 갈등에 끼어들기 싫어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이유를 댔는데 쉽게 이해가 되지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전 기자 외에도 대장동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은 상당히 많은데 대응전략이 정리되면서 서로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손볼 가능성도 없지않다. 충분히 '영장을 칠만한' 상황인 셈이다.

수사 프로세스상으로도 영장을 청구할 타이밍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구속된 이상 최대 20일 안에 기소를 해야 한다. 이런 시간적 제약 자체로 '미친 듯이 수사할 수 밖에 없고' 드라이브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출범해 4일 만에 유동규 전 본부장을 구속했다. 이후 화천대유·천화동인·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을 훑어 올라왔다. 초기 단계 수사에서 정점인 김만배 전 기자를 포위해온 형국이니 영장 청구는 ABC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기자나 유 전 본부장 측은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을 집중 공격하지만 검찰은 녹취록으로 혐의가 상당히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더팩트 DB
김 전 기자나 유 전 본부장 측은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을 집중 공격하지만 검찰은 녹취록으로 혐의가 상당히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더팩트 DB

김 전 기자나 유 전 본부장 측은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을 집중 공격하지만 검찰은 녹취록으로 혐의가 상당히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녹취록이 일부 삭제편집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같은 대장동 개발 동업자이지만 '남욱-정영학-정민용'과 '김만배-유동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 다만 조작이라고 볼 증거는 없고 진술 자체를 부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 기각되더라도 수사가 지연은 되겠지만 밑지는 게임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은 일단 영장을 치고 법원이 안 받아주면 보강수사해 재청구하는 순서를 밟을 것"이라며 "기각도 어느정도 감안했겠지만 녹취록의 신빙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볼 때 영장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영장 청구를 떠나서 수사 관건은 자금흐름 추적으로 압축된다. 개발사업 사건 수임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개발업자들이 너무 큰 돈을 벌려고 하면 여기저기 '기름칠'을 하면서 돈이 흐르게 된다. 액수가 큰 사건은 세탁을 잘 했더라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라며 "녹취록이 신빙성이 있다고 해도 돈 흐름이 같이 나와주지 않으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영장 청구 후 김만배 전 기자 측은 "동업자 중 한명으로 사업비 정산다툼 중에 있는 정영학이 몰래 녹음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조사 하루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돼 심히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며 "검찰이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 주지 않고 조사를 진행한 것은 법률상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14일 오전 10시30분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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