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한 대학원 입시비리…조국·정경심 재판 공방
입력: 2021.10.09 00:00 / 수정: 2021.10.09 00:00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실패한 입시에 비리가 있다면 처벌할 수 있을까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자녀 입시비리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스물다섯 번째 공판의 쟁점은 아들 조모 군의 3년 전 '실패한 로스쿨 입시'였다. 검찰은 1단계에서 불합격했더라도 허위 서류를 제출한 이상 입시 업무가 방해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불합격한 대학원 입시 업무를 실질적으로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는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 씨는 조 군이 지원한 2018년 10월 교무부원장을 지냈다.

이날 재판 내용을 종합하면 충북대 법전원의 1단계 전형에서 평가 요소는 리트(법학적성시험)와 학부 학점, 영어 점수와 서류 평가였다. 리트 성적이 150점으로 가장 반영 비율이 높았고 그다음이 학부 학점과 영어 점수(각 100점), 자기소개와 학업계획서 등 서류 평가가 60점으로 가장 낮았다. 조 군은 리트 100.45점, 학사과정 96점, 영어 100점, 서류 평가 34.33점으로 전체 지원자 가운데 78등을 하며 1단계에서 탈락했다. 커트라인은 75등이었다.

검찰은 A 교수에게 '리트 점수가 더 높았거나 서류 점수를 더 받았다면 75등을 제치고 합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물었다. 검찰은 조 군의 허위 서류로 입학사정업무가 방해됐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 점까지 종합하면 검찰 질문의 구조는 △조 군의 리트 점수가 더 높았고 △증빙 서류로 높은 점수를 받은 데다 △사실 그 서류가 허위이기까지 하다면 1단계를 통과할 수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가정에 가정을 덧댄 질문이지만 의미는 있다. 현행법상 조 전 장관이 받는 공무집행방해죄는 범행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성립한다. 비슷한 혐의로 먼저 기소된 정 전 교수 역시 자녀가 최종 합격하지 않은 입시 관련 혐의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A 교수는 이러한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조 군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법무법인 인턴 활동 등 경력이 눈에 띄었다고도 했다. A 교수는 "학부 졸업하고 바로 들어오는 애들은 경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조 군의) 경력이 다른 애들보다 많다,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조 군이 불합격한 사실에 집중했다. 1단계에서 탈락했다면 서류의 진위와 관계없이 입학 담당자 업무가 실질적으로 방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A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변호인은 A 교수에게 "충북대는 나름의 기준으로 조 군의 서류를 판단해 낮은 점수를 주고 탈락시켰는데 당시 입학 담당자들이 조 군의 제출 서류로 업무를 방해받았다 볼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A 교수는 "떨어졌다고 방해를 받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 자체로 이미 심사가 진행이 됐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조 군의 '화려한 경력'이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학부를 막 졸업한 학생이 장기간 여러 활동을 했다면 '공부만 해도 바쁠 시기에 왜 이렇게 많은 활동을 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에 부정적 요소로 여긴다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력을 적으면 오히려 합격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A 교수 역시 "그렇다"라고 인정했다.

조 전 장관 등의 재판은 22일 오전 10시에 이어진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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