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맡긴 6천만원, 사무실 운영에 쓴 변호사
입력: 2021.10.08 00:00 / 수정: 2021.10.08 00:00
의뢰인이 맡긴 돈을 사무실 운영비로 쓴 혐의(횡령)로 기소된 변호사가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남용희 기자
의뢰인이 맡긴 돈을 사무실 운영비로 쓴 혐의(횡령)로 기소된 변호사가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남용희 기자

"성공보수와 정산하려 했다" 주장했지만 집행유예…법원 "횡령 성립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의뢰인이 소송 상대에게 받은 중도금 일부를 사무실 운영 자금으로 쓴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2부(원정숙·이관형·최병률 부장판사)는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A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201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 변호사는 부동산 사기 사건을 수임해 소유권 확인 소송과 대여금 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위임받았다. 같은 달 8월 관련 형사고소도 진행했다.

A 변호사의 의뢰인 B 씨는 민·형사소송 중 소송 상대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 8000만 원을 받았다. B 씨가 A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에게 중도금 처리 방법을 문의하자 사무장은 '합의금 등을 미리 받으면 향후 소송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A 변호사 사무실 계좌에 보관하도록 안내했다.

B 씨는 사무장 안내에 따라 2017년 8월 8000만 원을 사무실 계좌로 송금했다. 같은 해 10월 B 씨는 형사고소를 취하하면서 8000만 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미 약 6000만 원이 인출된 뒤였다. 인출된 돈은 A 변호사 사무실 운영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진 A 변호사 측은 추후 지급받을 성공보수금과 정산하겠다고 알린 뒤 8000만 원을 송금받은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B 씨가 형사고소를 취소하면서 성공보수 약정을 부인해 정산이 미처 이뤄지지 못했을 뿐 고의적으로 횡령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 변호사는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성공보수 약정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 씨에게 형사 공탁금 명목으로 돈을 보관한다고 했을 뿐 성공보수 정산을 안내했다고 볼 수 없다며 A 변호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 씨와 사무장 진술이 결정타였다. B 씨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소송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공신력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 공탁 형식으로 보관하라는 말을 듣고 송금했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사무장 역시 법정에서 "(B 씨가) 돈을 맡긴 취지는 공탁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가 맞다. 돈을 사무실에 맡기면 함부로 쓰면 안 되고 공탁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았다"라고 증언했다.

1심은 "설령 피고인 주장처럼 사후 성공보수 정산 목적이 있었더라도 일단 수임 사무가 종료될 때까지는 돈을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며 "소송 진행상 성공보수 발생 여부가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임사무 종료 전 돈을 임의로 소비한 점에서 불법영득 의사(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할 의사)가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1심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 변호사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A 변호사 측은 항소심에서도 성공보수와 정산하겠다고 사전에 고지했다며 횡령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성공보수 정산 안내 여부와 상관없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2심은 "B 씨가 8000만 원을 피고인에게 맡긴 주된 이유는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사무실에서 그대로 보관해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인정된다"며 "설령 피고인이 성공보수 정산을 동의받았더라도, 당장 변호사 사무실이 여윳돈이 없어 (맡긴 돈을) 먼저 사용하고 나중에 정산하겠다고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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