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대표기업이 낸 헌법소원…헌재, 합헌 결정
입력: 2021.10.05 06:00 / 수정: 2021.10.05 06:00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이름과 비슷한 상호를 사용한 IT기업 아이카이스트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2013년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아이카이스트 대표 김성진씨의 설명을 들으며 터치스크린을 시연하는 모습./더팩트 DB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이름과 비슷한 상호를 사용한 IT기업 '아이카이스트'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2013년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아이카이스트 대표 김성진씨의 설명을 들으며 터치스크린을 시연하는 모습./더팩트 DB

"부정경쟁방지법 헌법 어긋나지 않아" 재판관 전원일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비슷한 상호를 사용한 IT기업 '아이카이스트'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은 2조 1호에 따라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상호·표장 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상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아이카이스트 측은 카이스트가 제기한 상표권 사용 금지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오자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을 놓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 조항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으로 부정경쟁행위를 규정해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둬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는데도 비슷한 표현만으로도 부정경쟁행위로 금지하는 등 과잉금지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헌재는 아이카이스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등록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상표법의 예외로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이라는 단서를 달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혼동가능성'도 조건으로 둬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부정경쟁행위를 규정한 문제는 있지만 입법자가 더이상 구체적으로 규율하기는 어렵고, 경제적 이익 침해 유무는 이 조항의 취지상 필요한 조건이 아니라고도 해석했다.

타인의 명성이나 신용에 무단 편승하는 부정한 경쟁행위를 방지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정의조항이 위헌인지 처음 판단한 사건"이라며 "부정경쟁방지법이 경쟁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불공정한 경쟁행위를 적절히 규제하는 법률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표적인 '창조경제' 기업으로 각광받았으나 김모 대표가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카이스트와의 상표사용금지 소송도 2심까지 패소 판결을 받았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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