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하는 윤석열, 조여드는 포위망…손준성의 선택지는
입력: 2021.09.14 05:00 / 수정: 2021.09.14 05:00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0.12.10. /뉴시스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0.12.10. /뉴시스

'윤석열 라인' 거리 있지만 총장-수사정보정책관은 불가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사들을 보통 특수통, 공안통, 기획통으로 나눈다. 아직 형사통, 공판통이란 말은 잘 안 쓴다. 나름 잘나가는 검사들의 계보를 따질 때 쓰던 분류법이다.

‘윤석열검찰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손준성 차장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는 ‘기획통’에 속한다. 주로 정책기획이나 국회업무를 담당하는 행정형 검사군이다.

손준성 검사의 이력 중 눈에 띄는 단어는 법무부와 대검이다.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 중 선두그룹이 가는 핵심 근무지다. 검사 임용 3년 만인 2008년 법무부 검찰과에 3년 근무했고 대검 검찰연구관을 거쳐 11년 만에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됐다. 초임 때를 빼면 대부분 법무부, 대검, 서울 지역 검찰청에서 근무한 엘리트 검사였다.

◆윤석열과 근무연 적은 '기획통' 출신

‘고발사주’ 의혹 제기 후 손준성 검사와 ‘손절’하려는 분위기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손 검사는 ‘윤석열 라인’이 아니었다고 등을 돌린다. 근거가 있기는 하다. 손 검사는 특수수사 부서를 거친 적이 없어 윤 전 총장과 근무연이 옅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정부가 내려보낸 유배지를 떠나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금의환향했을 때 중앙지검 형사7부장을 지낸 것 정도다.

오히려 손 검사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관계가 눈에 띈다. 대구 동향인 김 전 총장 밑에서 일을 많이 했다. 법무부 검찰과 근무 당시 기획조정실장이 김 전 총장이었다. 서울남부지검에서도 검사장과 평검사로 만났다. 총장에 취임하자 요직인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불렀다.

굳이 접점을 찾자면 김수남 전 총장은 윤석열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며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특수수사의 전설로 꼽히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 중수부’에서도 함께 칼을 휘둘렀다. 지난해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장관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자 전직 검찰총장 9명이 낸 반대 성명에 김 전 총장도 이름을 넣었다.

특수통과 근무연도 있기는 하다. 손 검사가 2018~2019년 광주지검에 근무할 때 검사장은 훗날 ‘조국 수사’ 지휘라인이 된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하지만 손 검사를 ‘윤석열 라인’에 넣기는 다소 모자라다. 그의 장인은 경북 안동에서 3선을 지낸 친박 핵심 김광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2016년말 ‘최순실 특검법’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누른 10명의 ‘강성’ 친박 의원 중 한 사람이었다. 장인이 정치생명을 걸고 반대한 특검으로 윤 전 총장은 국민검사가 됐고 친박은 피투성이가 됐으니 아이러니다.

손 검사가 지난해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발령날 때도 윤 전 총장이 불러온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신임이 깊었던 김유철 정책관 유임을 바랐던 걸로 전해졌다. 당시 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사단’을 해체하기 위해 작심한 일격이었다. 수사정보정책관실 축소·폐지는 추 장관의 검찰개혁 프로그램에서 상위 항목이었다. 이럴 때 손 검사는 윤 전 총장 휘하로 들어왔다. 적어도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기 전 두 사람은 ‘한 식구’는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추미애가 받은 요청 '손준성은 그대로'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대통령과 국정원장에 견준다. 친소관계를 떠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총장의 입이 대변인이라면 눈과 귀는 수사정보정책관이라고 한다. 문무일 전 총장이 힘을 빼기 전 '범정'(범죄정보기획관) 시절에는 명실상부한 친위부대로 불렸다.

지난해 9월 인사와 연말 윤석열 전 총장 징계 상황은 손준성 검사의 위상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추 장관의 구상대로 수사정보정책관은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축소됐다. 차장검사급에서 부장검사급으로 격하됐는데도 차장검사인 그는 자리를 지켰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나온 책 ‘추미애의 깃발’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대검 수사정보정책실을 폐지하라고 했더니 (대검에서) 절충안이 들어왔습니다. 수사정보정책관 밑의 담당관 두명을 한명으로 줄이겠다. 일단 수용했지만 사람은 바꿔야한다고 했습니다. 차장검사급에서 부장검사급으로 직급이 낮아지기 때문에 맞춰 인사배치를 해야한다고 한 것이지요. 그러자 손준성은 그대로 둬야한다고 엄호하는 거에요.’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추 장관과) 비슷한 경험이 제게도 있다"고 말했다.

손 검사가 수사정보담당관에 머문 뒤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조국 일가 사건 재판부 등의 신변정보를 총괄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생산한 부서로 홍역을 치렀다. 손 검사는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 징계위원회에 600페이지가 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직접 진술에 나서 총장의 무고함을 대변했다.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에 맡겨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를 진행하도록 했지만 대검은 서울고검에 사건을 배당했다. 고검은 지난 2월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다음달 윤석열 총장은 대검찰청사를 떠났다. 윤석열과 손준성의 13개월 동거는 여기까지였다.

대검찰청 자료사진/더팩트 DB
대검찰청 자료사진/더팩트 DB

윤석열 전 총장은 ‘고발사주’ 의혹과 무관함을 토로하면서 손준성 검사와도 선을 긋고 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손 검사도 그랬을 리 없지만, 만약 김웅 의원에게 최강욱 등의 고발장 초안을 준 게 사실이라면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은 사과하겠다’는 게 대체적인 입장이다.

그런데 손 검사가 연루된 정황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텔레그램상의 ‘손준성 보냄’을 클릭했더니 손 검사의 텔레그램 프로필로 이동했다는 언론 보도가 13일 나왔다. 언론의 확인 직후 그는 텔레그램을 탈퇴했다. 고발장 작성은 몰라도 전달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번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의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가장 먼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시켰다. 대검 감찰부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손 검사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압박한다. 고립무원 상태에 놓인 그의 선택지는 어디일까. 고위직 검사들이 얽힌 사건을 맡은 경험이 있어 생리를 안다는 서초동 한 변호사의 말이다.

"검찰조직을 흔히 조폭에 비유한다. 그만큼 끈끈하다는 말이다. 반대로 안 좋은 의미에서도 그렇다. 일단 이해관계가 갈리면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 검찰이다. (법적으로) 뒤집어쓸 상황이 되면 의리는 없다."

lesli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