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민께 감사"…아프간 특별기여자, 한국생활 첫 걸음
입력: 2021.09.13 18:49 / 수정: 2021.09.13 18:49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주 격리 후 임시생활 시작…사회통합교육 5개월 예정

[더팩트ㅣ진천=김세정 기자] "아프간에서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안전합니다. 사랑을 베풀어주신 대한민국 사람들께 감사합니다."

한국땅을 밟은 지 19일째.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일했던 A(40) 씨는 편안한 모습으로 13일 취재진 앞에 섰다. 탈레반이 장악한 고향을 떠나 지난달 26일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최근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임시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법무부는 이날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명이 생활 중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 중인 특별기여자들의 야외활동을 보여주고, 특별기여자 3명과 합동 인터뷰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별기여자들은 지난 10일 2주간의 격리를 마치고 시설 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탈출까지 긴 여정으로 지쳤을 법도 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운동장에 나와 하루 한 번 주어지는 야외활동 시간을 즐겼다. 아이들은 가구번호가 크게 적힌 목걸이를 목에 건 채 천진난만한 얼굴로 축구공을 차거나 트랙을 달리면서 놀았다. 1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합동인터뷰에 나선 A씨는 지난 7월 최초로 한국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군이 아프간을 떠난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걱정이 생겼다. 탈레반이 들어오면 우리 미래도 불안하리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대사관에 직접 연락했다"며 "김일응 주아프간대사관 공사참사관이 큰 도움이 됐다. 그분께서 밤새우면서 도와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말했다.

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자가격리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A씨는 진천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금은 너무 안전하고 좋다. 의료진이 어린이부터 임산부까지 다 검진해줬다. 아이들한테는 옷이나 신발도 제공해주셨다"며 "사랑을 베풀어주신 대한민국 국민과 특별히 법무부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컴퓨터 전공 교수로 한국 정부를 도왔던 B(37) 씨는 "아프간의 모든 삶을 포기하고 왔다. 여기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가족들과 저를 초대해주셔서 대한민국 국민께 감사드린다. 안전한 보호와 시설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지방재건팀에서 일했던 C(33) 씨도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살고 있다"며 "법무부에서 문제 있으면 바로 해결해주고, 너무 잘해준다. 안전한 곳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는 이성제 전 아프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가격리가 해제된 지 이틀이 됐는데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이 보인다. 금방 적응하지 않을까 한다"며 "먹는 것이나 세밀한 것이 다 제공되면서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특별기여자들에게 건강검진과 진료 등을 우선 실시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배출법 같은 필수 한국 생활 문화 등을 교육하고 있다. 79가구의 세대주를 모두 모아서 두 차례에 걸친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했다. 세부적인 사회통합 교육 프로그램은 관련 부처와 협의 후 추석 연휴가 끝난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어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자립을 위한 직업 관련 교육도 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교육에 5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지정된 범위 내에서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지정된 범위 내에서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장 필요한 지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기여자들은 자녀 교육과 일자리를 꼽았다. 오랜 기간 한국병원에서 일한 인연으로 한국문화나 음식에도 익숙하다고 밝힌 A씨는 "아이들 교육과 일자리가 가장 큰 걱정이다. 앞으로도 자식들이 계속 여기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 경험에 맞게 그에 따라 직업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여자들의 한국 생활을 총괄하는 유복렬 법무부 국적·통합정책지원단장은 "정부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경제적 자립 후 정착할 능력 등을 갖추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회통합 교육은) 지금 시점부터 5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의료진도 있고, 컴퓨터, 기술 분야 전문가들도 있어 본인 능력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오는 14~17일 가구별로 면담을 진행하고 외국인등록증 발급할 예정이다. 이후 개별 면담을 통해 한국 계속 체류 또는 제3국 이주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3국행 의사를 밝힌 특별기여자는 없었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