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무릅쓰고 성충동치료 거부…대법 "재판단 기회 필요"
입력: 2021.09.12 09:00 / 수정: 2021.09.12 09:00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가 집행면제 신청 의사를 밝혔다면 심사 기회를 주는 게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가 집행면제 신청 의사를 밝혔다면 심사 기회를 주는 게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관련법 헌법불합치 취지에 맞게 적용해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법원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거부한 성범죄자가 집행면제 신청 의사를 밝혔다면 신청 기간이 지났더라도 심사 기회를 줘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4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징역 5년과 성충동 약물치료 1년이 확정됐다.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는 성범죄 재범 가능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를 석방 2개월 전에 약물로 치료하도록 강제한다. 다만 세계적으로 본인 동의 없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하거나 치료를 거부하면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드물었다. 효과나 부작용 연구도 부족했다.

A씨에게 적용된 성충동약물치료법은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됐고 헌재는 2015년 12월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치료명령 선고시점과 형기만료시점 사이 시간적 간격이 클 때 불필요한 치료로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지만 방지할 절차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법이 개정돼 치료명령 집행시점에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판단하는 집행면제 신청 제도가 2018년 1월 시행됐다. 그보다 앞선 2017년 12월 A씨는 형 종료를 앞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다시 약물치료를 거부한 끝에 구속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됐다.

2019년 7월5일 만기 출소 전 A씨는 자신은 성도착증 환자가 아니니 정신감정을 받게 해달라며 또 약물치료를 거부해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A씨의 약물치료 명령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가 치료를 거부한 2019년 7월은 약물치료 명령을 받은 지 6년이 지난 뒤였다. 치료 명령 뒤 오랜 시간이 지났다면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치료가 불필요할 수도 있으니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헌법불합치 이유였다. A씨가 약물치료 기간 1년보다 긴 징역형을 감수하면서도 치료에 불응했다면 다시 판단을 받아볼 만하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정신감정을 받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밝혀 사실상 집행면제 신청 의사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A씨는 두번째 약물치료 거부 때도 면제 신청을 하지 못 했다. 면제신청은 징역형이 종료되기 전 1년~9개월 사이에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은 신청 기간이 지난 2019년 1월 최종확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반복 처벌을 받으면서도 법원의 집행 필요성 판단을 받지 못하고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면제신청 의사를 보인 피고인에게 기회를 줘 개정된 법 취지에 맞게 합헌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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