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앞 서면 "기억 안 나"…'이재용 재판' 속타는 검찰
입력: 2021.09.10 00:00 / 수정: 2021.09.10 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불법 합병 의혹' 속행 공판…미래전략실 직원 증인신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 재판에서 검찰이 좀처럼 뾰족한 증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주도했다는 미래전략실에 근무한 증인은 자신의 이메일에서 나온 파일을 놓고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그룹 임원 11명에 대한 1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2014년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최모 씨에 대한 검찰 측 재주신문이 진행됐다. 삼성증권에서 일하던 최 씨는 2014년 미전실로 파견돼 2017년까지 근무했다. 삼성증권에서는 제일모직 상장 업무, 미전실에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문건을 작성하거나 자료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씨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이메일을 바탕으로 '에버랜드 사업 조정 후 지분 정리 관련'이라는 제목의 2013년 5월 13일자 보고서를 제시했다.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전신이다. 검찰은 미전실 지시로 보고서를 작성한건지 등을 물었지만 최 씨는 "너무 오래 전 파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제가 담당했던 업무는 아닌 걸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2015년 1월 13일자 이메일에 첨부된 '에버랜드 상장 관련 폴더'도 기억하지 못했다. 최 씨는 삼성증권에 있을 때는 물론 미전실에 파견돼서도 상장 관련 업무를 계속했다면서도, 상장 관련 자료를 모은 건 증인 본인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제가 검토한 자료도 있고 복합된 파일도 있다. 정확히 어떤 자료가 어떻게 (폴더에) 녹여졌는지 알 수 없다"고 확답을 피했다.

검찰은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는 오히려 최 씨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 업무는 주요 업무가 아니었고 상장 관련 자료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 씨가 관련 업무를 맡았다는 '상장'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명시된 '에버랜드 상장 및 합병 검토' 문건을 제시하며 작성자가 본인인지, 문건 작성 경위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최 씨는 "오래된 자료라 제가 일부 코멘트를 준 것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비슷한 답변을 되풀이했다.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당 문건에서는 삼성물산과의 합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에버랜드를 상장한 뒤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취약했던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려 했다고 보고 있다. 최 씨는 이같은 방안을 검토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가 검토한 내용이 아니다.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검토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이 "증인이 상장 부분에 관여했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여러 이메일이 나왔는데 지금와서 기억이 안 나는 것이냐"고 추궁했으나 대답의 결은 비슷했다. 최 씨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상장요건이나 일정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아는 정보일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면 저 정도는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변호인 반대신문 상황과 비교하며 "변호인이 관련 문건을 제시하며 전문적인 의견을 물었을 때 증인이 꽤 상세히 답변한 걸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최 씨는 기억 난다고 답했지만 이어진 질문에도 끝내 "합병에 대해서는 주도적으로 관여하거나 관심을 두지않았다"며 확답을 피했다.

최 씨는 증인 출석에 앞서 이 사건을 수임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와 2~3차례 면담한 적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주신문 뒤 김앤장을 비롯해 사내 변호사와 접촉한 사실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최 씨는 "따로 접촉한 사실 없다"고 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진행된 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16일 재판부터는 삼성물산 합병TF 실무자 박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부담감이 크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검찰은 철회하지 않고 법원에 소환을 요청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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