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상관을 비속어를 쓰며 비난했더라도 참여가 제한된 비공개 채팅방이었다면 상관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해군 페이스북 |
"군 지휘체계 문란하게 하지 않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군 상관을 비속어를 쓰며 비하했더라도 참여가 제한된 비공개 채팅방이었다면 상관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해군 부사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해군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해 교육을 받다가 교육동기생 비공개채팅방에서 지도관인 B씨를 두고 '또라이 ㅋㅋㅋ'라고 공연히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지도관인 B씨가 양말을 신은 채로 목욕탕에 들어가 젖는지 확인한 뒤 청소상태를 평가해 A씨에게 과실점수 25점을 부과해 외출외박을 제한하자 채팅방에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A씨의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인 말이고 형법 20조상 정당행위도 아니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무죄로 뒤집었다.
A씨의 발언이 부적절했지만 즉흥·우발적이었고 비공개채팅방은 원래 교육생끼리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라는 성격도 있다고 판단했다. 단 1회에 그쳤고 전체 대화 내용에서 비중도 작았다.
'또라이'라는 표현은 비공개적 상황에서는 종종 쓰이며 모욕의 정도도 낮은 편이라고도 평가했다.
모욕죄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모욕적 표현이더라도 사회통념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을 때는 형법 20조의 정당행위로 봐 위법성이 조각된다.
군형법상 상관모독죄 역시 최소한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며 문제의 표현이 군 지휘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이 표현이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를 문란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없어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며 A씨의 상고를 인용하고 원심법원이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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