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도신문 적당히" vs 이재용 측 "자신감 없나"
입력: 2021.09.03 00:00 / 수정: 2021.09.03 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미전실 파견 삼성증권 부장 놓고 대립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검찰이 변호인의 증인신문 방식을 문제 삼으며 "유도신문 좀 적당히 하라"고 거듭 지적했다. 변호인은 "신문 흐름 끊지 말고 (검찰은) 자신감 갖고 증거로 말하라"라고 대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그룹 임원 11명에 대한 1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2014년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파견 근무를 한 삼성증권 부장 최모 씨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격해진 건 순환출자에 관한 신문 때였다. 순환출자란 그룹 계열사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지 대상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에 의존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은 순환출자를 중재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된 시기가 2014년 7월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된 건 2015년 4월 무렵으로, 새로운 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안 됐을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개정안이 시행된 지 약 6년이 지난 지금 법률가가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어떤 경우가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 (합병 추진 검토 당시) 가이드라인이 있었느냐"고 최 씨에게 물었다. 최 씨는 "조항 해석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다. 명확한 지침이나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이후 변호인은 비슷한 질문을 거듭했다.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는 증인의 비슷한 답변도 반복됐다. 변호인은 "어떤 경우가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거냐"고 재확인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어떤 경우가 신규 순환출자인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느냐', '가이드라인이 실제로 나온 건 2015년 12월로 이 사건 합병 이후인데 그걸 아느냐', '삼성물산·제일모직 관련 출자 관계가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 법률 자문을 받은 적 있느냐' 등을 잇달아 물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다른 변호인도 '이 사건 합병 당시 공정위 가이드라인은 없었고 합병 수개월 뒤 마련된 사실을 알았느냐'고 또 물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이덕인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이덕인 기자

결국 검찰은 "유도신문 좀 적당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유리한) 답변받으려고 반복 질문을 하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변호인은 오히려 검찰이 신문 흐름을 끊고 있다고 반발했다. 변호인은 "증인의 오래된 기억을 환기하는 게 반대신문 요체인데 검찰은 '유도신문을 정도껏 하라'고 이의제기를 했다"며 "이의 제기가 아니라 (신문) 흐름 끊고 흠집 내기를 하는 것 같다. 자신감 갖고 증거로 말하면 되는데 뭐가 걱정돼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자신감'까지 거론되자 "불쾌하다"며 평소 변호인의 신문 방식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은 "증인은 전·현직 삼성 직원으로 공범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 검찰 질문에는 아니라고 하고 변호사 질문엔 맞다고 한다"며 "검찰 주장을 설명한 다음 증인에게 의견을 묻는 형태의 신문은 '그렇게(공소사실에 부합하게) 답하지 말라'는 시그널처럼 보인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증인에게 '~가 검찰 주장인데 사실이 아니지 않냐'는 식의 질문을 여러 차례 던졌다. 소속 회사 전·현직 임원 측 변호인이 이같이 질문했을 때 '실무자' 증인이 어떻게 진실을 말하겠냐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검찰의 입증 책임을 거듭 강조하며 "기업 소속 직원이 증언하는 건 모든 기업 사건 공통점이다. 검찰은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객관적 증거를 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증인의 신빙성은 결국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중재했다. 다만 변호인이 검찰 시각을 설명한 뒤 증인의 의견을 묻는 방식은 "모든 상황에서 검사 주장이 잘못되지 않았냐고 (증인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제한했다.

이 부회장 등의 다음 재판은 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