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수색한 경찰과 충돌…철도노조원 무죄 확정
입력: 2021.08.25 05:00 / 수정: 2021.08.25 07:28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대정부 파업 당시 경찰 수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진은 이 사건 파업 당시 노조원들의 모습. /더팩트DB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대정부 파업 당시 경찰 수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진은 이 사건 파업 당시 노조원들의 모습. /더팩트DB

"수천명 인력 동원…영장 발부 시간 충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13년말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대정부 파업 당시 경찰 수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들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8-1부(김예영·장성학·장윤선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철도공사 직원 A 씨와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21일 사건 발생 7년여 만에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A 씨 등은 2013년 12월 철도노조 조합원 8600여 명과 함께 당시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하던 중 집행부를 체포하러 온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은신처로 지목된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수색했다. 건물 안에 있던 A 씨 등 노조원들은 경찰 진입을 가로막으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노조원은 경찰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A 씨 등을 입건했고 검찰은 이들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경찰의 공무집행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은 체포대상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한 사실상 수색 작업이었는데, 수색영장을 별도로 발부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사건 이틀 전 수색영장이 기각됐고, 사건 당일 4000~5000명의 경찰이 동원된 사실 등에 비춰 수색 필요성에 대한 소명자료를 보완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라며 "타인의 건조물을 수색하기에 앞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1심 판결 전인 2018년 4월26일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필요할 때 수색영장 없이도 주거지나 건조물을 수색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216조에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영장을 발부받지 못할 긴급한 사정이 있었는지 판단하지 않고 영장없이 타인의 건조물을 수색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검찰은 2심에 이르러 △당시 체포 대상의 도주 우려가 컸던 점 △공개된 장소라 유동인구가 적은 주말에 체포할 필요가 있었던 점 △집행 저지 인원이 빠르게 증가해 위험요소를 줄일 필요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역시 "건물 주변에 수천 명의 경찰관을 동원하는 등 사전에 공무집행을 준비한 점에 비춰 수색 필요성에 대한 소명자료를 보완해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이 사건으로 김정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근 무죄를 확정받았다.

김 전 위원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경찰의 위법한 수색이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역시 5월 검찰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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