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기간' 넘긴 사지마비 피해자…손배시효는 그 후 딱 3년
입력: 2021.08.23 06:00 / 수정: 2021.08.23 06:00
손해배상을 받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예측한 여명기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새로 배상을 청구한다면 소멸시는 종전 여명기간 이후 3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이새롬 기자
손해배상을 받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예측한 여명기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새로 배상을 청구한다면 소멸시는 종전 여명기간 이후 3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이새롬 기자

대법, 피해자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파기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손해배상을 받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예측 여명기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추가배상을 청구한다면 소멸시효는 종전 여명예측일 다음날부터 3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상태에서 숨진 A씨의 유족이 그린손해보험(이후 엠지손해보험 승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02년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한 마을버스와 충돌해 경추 골절로 영구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법원의 신체감정 촉탁 결과 A씨의 여명기간은 약 5년으로 예측됐다. 2004년 이를 토대로 피해자는 보험회사에서 3억3000만원을 받고 나머지 청구는 포기하기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

A씨는 예측 여명기간인 2007년 4월을 지나서도 생명을 유지하다가 2011년 삽관을 해야하는 상태가 돼 이듬해 7월 약 5억6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단 미리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생기거나 커졌다면 그런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

1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시효 기산일은 처음 예측했던 여명기간인 2007년 4월인데 A씨가 민법상 시효인 3년을 넘긴 2012년이 돼서야 소송을 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일부 인정했다. 처음 예측 여명기간부터 소를 제기한 시점까지 기간을 둘로 나눴다. 2012년 7월 소송제기 시점에서 민법상 소멸시효 3년 전인 2009년 7월부터 배상청구권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A씨에게 2억276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 반년 뒤인 2016년 7월 A씨는 사망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추가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여명종료 예정일 다음날부터 3년 만에 소멸한다고 일률적으로 해석하면 피해자는 그동안 발생한 손해에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막대한 간병비를 부담해야하는 가혹한 결과가 발생한다"며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 목적인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으로 되돌려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1심대로 A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처음 여명종료예측일 다음 날부터 시작해 3년 만에 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소멸시효기간 기산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며 피고 보험사의 상고 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정기금이 아니라 일시금으로 정하는 판결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금·일시금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식물인간처럼 여명기간을 가늠하기 힘들어 불합리한 결과가 우려되는 사건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처럼 예측 여명기간이 맞지않아 추가 손해를 입었을 때는 새로운 여명기간 예측도 더욱 불확실해진다고 판시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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