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처음 법정에 출석해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을 받는다. /이동률 기자 |
이재용 가석방 뒤 첫 '부당합병' 의혹 공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삼성증권 팀장의 업무수첩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이 등장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삼성 합병 수사를 지휘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추궁했지만, 증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는 삼성증권 팀장 최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준비 시기인 2014~2015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최 씨의 업무수첩에는 한 검사장이 삼성 합병 관련 수사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수사와 관련된 검사와 부서명이 적혀 있다. 또 '혹시나 변호사가 인정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마라', '형사사건 증거 확실 끝까지 부인'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절대 하지 마라'는 문구 옆에는 별 표시 두 개가 달렸다. 검찰은 2019년 3월 삼성증권 압수수색 때 이 업무수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며 수사가 본격화한 무렵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다고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삼성바이오의 최대 주주가 삼성물산이었던 만큼 분식회계 의혹 역시 승계작업과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최 씨는 이러한 내용을 적은 경위를 잘 설명하지 못했다. 검찰이 작성 시기를 묻자 "제가 수첩이 여러 개라 언제 적은 건지 정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끝까지 부인하라'는 내용의 의미에 관한 질문에도 "여러 가십거리를 정리하던 중 메모한 것 같다. 정확한 상황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검찰은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끝까지 부인하라는 내용이 어떻게 쓰였는지 캐물었다. 최 씨는 "누구 지시를 받고 메모한 걸로 기억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사가 뭐라고 얘기하더라도 이렇게 하라고(끝까지 부인하라고) 했으니 변호인이 한 말은 아닐 테고 상사 등 (삼성증권) 내부에서 논의된 것 아니냐"며 한 발 더 다가섰다. 최 씨는 '부연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하더니 이내 "많은 일을 하는 저로서는 저번 주도 기억을 잘 못 한다"고 피해갔다.
검찰은 한 검사장 이름이 등장한 것을 놓고도 집중 신문했다. 한 검사장은 2019년 3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다. 당시 삼성 합병 의혹을 담당한 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로 부장은 송경호 부장검사였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3차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한 건 객관적 사실이라며, 삼성증권 직원이 검찰 내부 사정을 어떻게 알았냐고 파고들었다.
검찰이 "특수2부 수사 지휘를 한 검사장이 담당했다는 건 증인이 (업무능력이) 뛰어나도 정보가 없으면 모르는 일"이라며 정보의 출처를 묻자 최 씨는 "특정 회사 업무만 한 게 아니라 여러 회사를 담당했다"며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방어막을 쳤다.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계획안으로 지목된 '프로젝트 G' 문건도 잘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 최 씨는 삼성 미래전략실 요청이었느냐는 질문에 "발령 난 뒤 사후적으로 이런 업무가 검토된 걸 알았다. 어떤 목적에서 작성됐는지 잘 모르지만 재무적 측면에서 검토한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 뒤 처음으로 출석한 공판이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취업 제한 조치에 관한 입장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 등의 다음 공판은 26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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