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권고에 검사는 尹 캠프행…월성원전 수사 '딜레마'
입력: 2021.08.20 05:00 / 수정: 2021.08.20 07:22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배임·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해선 안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가 나오면서 수사팀의 고심이 깊어졌다./이동률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배임·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해선 안된다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가 나오면서 수사팀의 고심이 깊어졌다./이동률 기자

최재형·윤석열 노골적 친원전 행보…정당성에 상처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배임·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지 말라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가 나오면서 수사팀의 고심이 깊어졌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강제력이 없지만 기소를 강행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수사팀은 조만간 백 전 장관을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할지 결정한다. 대검 지휘부와 의견이 엇갈리면서 절충안으로 수사심의위가 소집된 만큼 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지난 6월30일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원전을 조기 폐쇄하면서 1481억원의 손해를 입었고, 백 전 장관 등은 한수원의 이 같은 손해를 알면서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개입해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중단 결정을 내린 것처럼 지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검 지휘부 의견은 달랐고,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추가 기소와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받도록 했다.

수사심의위는 전날 4시간 여에 걸친 심의를 마친 뒤 무기명 투표 9:6 표결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 또 만장일치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수사심의위가 대검 지휘부와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팀이 기소 의견을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일단 줄소송 위기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주무장관의 지시로 한수원이 1000억대 손해를 입었지만 정부가 그 손실을 보상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얻었다는 판단이 나왔다면 투자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에 나설 수도 있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추가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받도록 했다./임영무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추가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받도록 했다./임영무 기자

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된 수사는 검찰이 국정과제를 과잉수사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사건을 자신의 측근인 이두봉 당시 대전지검장에게 맡기고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법원이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혀 과잉수사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구속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도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월성 원전 의혹은 야권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불씨를 던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불길로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월성 원전 사건이 자신의 정치 참여 계기가 됐다고 밝히며 친원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실언으로 구설수에도 올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치행보를 개시하면서 정부 탈원전 정책에 적대감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 공론화에 중심 역할을 한 두 사람이 대선 경쟁에 뛰어들자마자 노골적으로 친원전 노선을 걸으면서 원전 수사 정당성이 의심받는 모양새다.

검사 시절 대전지검 형사5부에 파견돼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한 이원모 변호사가 윤 전 검찰총장 캠프에 합류한 것도 상처를 줬다. 탈원전 활동을 해온 김영희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윤석열과 최재형이 심혈을 기울인 월성1호기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가 옷을 벗은 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정체를 드러낼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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