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유출' 의혹으로 기소된 이태종(가운데)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시스 |
"임종헌에 보고, 비밀 누설로 볼 수 없어"…공모는 인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의혹을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기획 법관의 법원행정처 보고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됐지만, 보고 자체를 위법하게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최성보·정현미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10∼11월 서울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이들의 검찰 진술과 영장 사본 등을 확보해 나상훈 당시 서울서부지법 기획 법관을 거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검찰의 수사 상황을 파악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는다.
지난해 9월 1심은 나 판사의 법원행정처 보고 문건은 수사 기밀로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이 전 법원장이 나 판사에게 법원행정처 보고 등을 지시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나 판사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취득한 정보는 사법행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나 판사가 취득한 정보를 직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나 판사와의 공모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나 판사의 법원행정처 보고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제지하지 않은 점에 비춰 두 사람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법행정사무를 보좌하는 기획 법관인 나 판사가 직무상 비밀을 취득할 자격이 있는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행위를 놓고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정하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 판사가 이 전 법원장과 공모해 직무상 비밀이 담긴 보고서를 법원행정처에 건네기는 했지만 '누설'로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법원장이 수사자료 확보 등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지시했더라도 직권남용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로써 사법농단 의혹 1,2심 재판을 통틀어 8번째 무죄가 선고됐다.
수사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취급한 사건 자료를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전 연구관도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판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탄핵 소추됐으나,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전날(1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7년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중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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