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피해자' 유가려, 국정원 직원 엄벌 호소
입력: 2021.08.19 00:08 / 수정: 2021.08.19 00:08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사진)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폭행에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거듭 증언하면서 엄벌을 호소했다. /김세정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사진)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폭행에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거듭 증언하면서 엄벌을 호소했다. /김세정 기자

증언 도중 의료진 치료 받기도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폭행에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거듭 증언하면서 엄벌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4시30분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수사관 유 모·박 모 씨에 대한 공판을 열어 유가려 씨를 상대로 네번째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2012년 11월부터 6개월간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재북화교 출신 유씨를 불법구금하고 고문해 오빠 유우성 씨가 간첩이라는 허위진술을 받아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우성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고문·가혹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

가려 씨는 피고인들 앞에서 증언하는 데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해 피고인들은 법정 옆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유우성 씨도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가려 씨는 "국정원 직원들의 강압으로 국정원 수사관들이 원하는 방향의 허위진술을 했다"며 "폭행도 많이 당하고 제가 '(간첩이) 아니다'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는 공포스러운 상태였다"고 거듭 증언했다.

간첩이라는 증거로 제시됐던 유우성 씨의 출입국 날짜도 수사관들의 강요로 거짓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려 씨는 "명백히 생각난다. (날짜를) 변경해서 적으라고 해서 기억난다"고 했다. 가려 씨는 "당시 유리병으로 자해를 시도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후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진 가려 씨는 '합동신문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았느냐'고 검찰이 묻자 "죄송합니다"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의료진을 불러 가려 씨의 상태를 살피도록 했으나 피고인 측 한 변호인은 유씨가 울며 법정 밖으로 나가자 '풉' 소리를 내며 웃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해 2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간첩사건조작에 가담한 검사와 국정원수사관 등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의 간첩사건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해 2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간첩사건조작에 가담한 검사와 국정원수사관 등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분 만에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자해 당시 사용한 유리병이 몇 개인지, 종류가 무엇인지 캐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반대신문 전 우려를 나타냈다. 송승훈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4차례, 총 750분 동안 유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면서 변호인 측이 쓴 시간이 얼마냐"며 "무려 10시간을 반대 신문 했는데 또 질문할 것이 있다는 건가. 증인이 많이 힘든 것 같으니 꼭 필요한 질문만 1~2개 정도 해달라"고 주문했다.

가려 씨는 마지막으로 발언기회를 얻어 "국정원에서 6개월 동안 못 당할 일을 당하고 지금 이렇게 트라우마까지 생겼다"며 "우리 가족과 또다른 피해 가족이 괴로운 마음을 덜 수 있도록 엄중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4년 탈북한 재북화교 유우성 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동생 유씨를 통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기소됐으나 국정원의 증거 조작과 불법 수사가 드러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다음 재판은 11월10일 오후 3시에 열린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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