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성근 재판 관여, 매우 부적절하지만 무죄"
입력: 2021.08.12 16:18 / 수정: 2021.08.12 16:18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검사와 악수 뒤 법원 떠나…"이유 막론하고 국민께 송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 관여 행위는 사실이고 매우 부적절하지만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시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김규동·이희준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면서 법원행정처 요청에 따라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했다고 의심받는 재판은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 사건 등이다.

그는 재판부의 선고문을 미리 받아 법원행정처 입장대로 '첨삭'하거나, 공판 회부 결정을 내린 판사를 불러 '다른 판사 의견도 들어 봐라'는 식으로 약식명령 발부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다쓰야 전 지국장 사건 혐의를 놓고 "피고인이 부당한 재판 관여를 했지만 담당 재판부의 권리 행사가 방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당시 재판장과 주심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재판에 관여했더라도 재판부 논의를 거쳐 소송지휘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피고인 강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선고문을 미리 받아 수정을 지시한 것에는 "피고인 행위 자체는 부적절하고 부당한 행위임이 명백하다. 재판장이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형사수석 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 바탕을 둔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원심의 무죄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관의 선고문을 미리 받아 '첨삭'하는 행위는 직무권한에 존재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직권남용죄란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다.

민변 체포치상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행위는 재판 관여 행위에 해당하고 매우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를 직무권한 범위 내 행위로 볼 수 없고 담당 재판장이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받은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프로야구 선수 약식 사건 관련 혐의 역시 '재판 개입이 아닌 조언이라 생각했다'는 담당 판사의 증언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 역시 재판에 개입했고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지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상 독립이 보장된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이 애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로 볼 수 없다는 판시다.

2월 국회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같은 달 퇴임했지만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날 무죄 선고 뒤 재판부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재판부가 퇴정하자 마주 앉은 검사 3명과 악수한 뒤 법정을 떠났다.

취재진과 만난 임 전 부장판사는 "제 행위로 재판권 행사가 방해된 적 없다는 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밝혀져 다행"이라며 "이유 막론하고 저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또 국민분들께 심려 끼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재 탄핵 심판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사법부·헌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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