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도 징역 4년…"선입견 가득한 판결 반복" (종합)
입력: 2021.08.11 13:37 / 수정: 2021.08.11 13:37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남윤호 기자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남윤호 기자

입시비리 전부 유죄…정 교수 측 "당연히 상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입시비리 혐의는 모두 유죄 판단이 유지됐으나 사모펀드 의혹 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은 5억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줄었다. 정 교수 측은 벌금 감경은 다행이라면서도 입시비리 혐의 유죄 판단이 유지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정 교수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약 1061만 원도 명령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를 비롯한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딸 조민 씨의 경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행위는 단순히 인맥을 이용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은 뒤 후한 내용의 확인서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수정하거나 작성자에게 특정한 내용 작성을 요구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다"며 "피고인의 범행이 없었다면 합격할 수 있었을 다른 지원자가 탈락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고, (조 씨가 지원한) 의학전문대학원은 공정한 절차로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고유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재판과정 내내 당시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해준 사람들에게, 확인서가 진실하다고 믿었을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행위는 피고인 이득 유무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거래시장의 투명성·공정성을 저해하고 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며 "정보 취득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지위를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더라도 정보제공자가 이를 의식했다는 걸 알면서 묵인한 측면이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했고, 주거지 압수수색이 임박한 시점에는 지시를 어기기 어려운 사람에게 증거를 은닉하도록 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며 "법정에 출석해 진술한 사람들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절차에 협조한 사람임에도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비난하기도 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어떤 범죄로도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 펀드 투자로 얻은 실질적 이익이 크지 않은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최대한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대체로 1심 판결을 유지했지만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관해서는 판단을 뒤집었다. 1심은 정 교수가 군산공장 가동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미리 듣고 음극재 개발 업체 WFM 주식 10만 주를 사들였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WFM 실질 운영자인 조모 씨(오촌 시조카)가 군산공장 가동 정보를 알고 있던 이상 피고인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피고인이 우국환(당시 WFM 최대 주주) 씨에게 직접 주식을 매수했더라도 우선매수권 행사의 결과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정보 불균형을 이용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는 유죄로 봤다. 1심은 정 교수를 자산관리인 김모 씨의 컴퓨터 저장매체 은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법상 자신의 형사사건을 위해 증거를 은닉하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로 판단했던 부분을 은닉을 위한 준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비록 징역형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벌금은 5억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감경됐다. 추징금 역시 약 1억 6000만 원에서 1061만 원가량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징역형을 유지한 이유로 "항소심에서 일부 유·무죄를 원심과 다르게 판단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원심의 징역형 형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정 교수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새롬 기자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정 교수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새롬 기자

이날 재판부 판단에 정 교수 측은 벌금 감경은 환영하면서도 입시비리 혐의 유죄 판단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칠준 변호사는 "원심판결 자체가 합리적인 논리 전개보다 확증 편향적인 선입견으로 가득 찬 판결문이라 적어도 이것은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오늘 판결은 결국 원심판결을 반복해 대단히 아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유죄로 판단된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10년 전 입시제도 아래 '스펙 쌓기'라고 하는 것을 현재 관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재단하는 시각이 여전해 답답하다"며 "오늘 재판부 논리로 그 시대 입시생을 랜덤으로 조사한다면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설명했다.

열띤 공방이 벌어졌던 정 교수의 컴퓨터 위치에 대해서도 "포렌식 수사 과정에서 나온 여러 전자 정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치열하게 했는데 재판부는 해당 컴퓨터의 위치마저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무죄로 뒤집힌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서는 "과도한 벌금이 감형돼 다행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유죄 판단에 의문을 표했다. 해당 의혹은 조민 씨 친구의 증언으로 재판 말미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세미나 당일 참석한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는데 오늘 재판부는 참석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확인서에 기재된) 5월 1~15일 실제로 활동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세미나에 참석했는데도 허위로 볼 수 있는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상고 여부를 묻는 말에 김 변호사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검토하며 상고할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정 교수는 자녀 입시·사모펀드 의혹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정 교수의 15개 혐의 가운데 11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며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9억 원을 구형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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