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의혹 남았다…갈길 먼 옵티머스 수사
입력: 2021.07.22 05:00 / 수정: 2021.07.22 05:00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지난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2900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끌어모아 펀드 자금을 조성하고서 부실채권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더팩트DB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지난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2900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끌어모아 펀드 자금을 조성하고서 부실채권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더팩트DB

검찰, 항소 검토 중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1조원대 펀드 사기 행각을 벌인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수사는 갈길이 멀다. 피해액이 절반 가량인 5500억여원은 복구되지 못한 데다, 정관계 로비 의혹도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항소제기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법원의 판결 직후 검찰은 "김 대표 등의 선고와 관련해 다수의 선량한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제기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법원은 지난 20일 징역 2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렬 씨에게는 징역 8년·벌금 3억 원을 선고하고 51억 7500만원을 추징,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씨에게도 징역 8년에 벌금 2억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전하다 믿고 투자한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점을 판결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이들이 투자 피해자 3200명으로부터 끌어모은 돈은 1조3526억원에 이르고 이 중 복구되지 못한 금액이 554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한달 만인 지난해 7월 김 전 대표 등 경영진 4명이 기소되면서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검찰 수사는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김 대표가 금융감독원 조사를 앞두고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는데, '정부·여당 인사가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 있어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옵티머스 수사팀을 18명으로 확대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 "옵티머스·라임 검찰수사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수사의 초점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옮겨진 후 지난 10개월 간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 1명만이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등장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윤씨의 배우자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도 불러 조사했지만 역시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김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두고 "사기 범행을 은폐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호도한 것"이라고 설명해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동력이 약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앞서 김 대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만큼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1심 판결에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결심에서 이 사건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짓고, 김 대표에게 무기징역과 4조578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이씨와 윤씨에게도 각각 징역 25년,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와 나머지 피고인들도 그간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퉈온 만큼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bohe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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