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대검 감찰위, 한명숙 사건 수사팀 검사 2명 무혐의 처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처리 과정에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확인하고 개선안을 내놓은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 결과 평가가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검찰 '흠집내기'라는 비판과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뒤섞이는 분위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위원회는 한 전 총리 수사팀 중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검사 2명을 놓고 각각 무혐의와 불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만 징계 처분을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 '불문' 처분을 내린다.
대검은 "감찰 관련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대검에서 수사팀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 "대검 자체적 프로세스"라는 언급을 하면서 법무부에도 대검 감찰위 결정이 보고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검찰의 두차례 무혐의 처분을 뒤집는 '한명숙 구하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까지 포함한 사법시스템을 무시해서 특정인을 구하겠다는 목적만 있고, 팩트는 하나도 없는 발표"라고 일갈했다.
이 사건 무혐의 처분을 결재했던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도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전임 대검 지휘부 입장에서 볼 때 (감찰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갑자기 교체되는 등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절차적 정의는 오로지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통상 감찰3과에 접수된 사건은 당연히 감찰3과장이 주임검사로 처리해 왔다"며 "다른 검사가 이를 처리하려면 검찰총장이 재배당 지시를 해야 하는데 전임 검찰총장은 임은정 당시 감찰정책연구관에게 그런 지시를 한 바가 없다"고 했다.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15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전임 대검 지휘부 입장에서 볼 때 (합동감찰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대검찰청 제공 |
다만 이번 감찰 결과 '한명숙 사건' 유죄 결론이 뒤집히거나 재심 근거가 마련된 것도 아니어서 '한명숙 구하기'라는 시각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수사팀이 불이익을 받지도 않았는데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반론도 나온다.
합동감찰 결과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징계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고, 법무부 장관이 감찰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닌데 검찰의 과거 처분에 대한 '흠집 내기'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대검과 법무부 '합동' 감찰 결과인데 마치 법무부 일방의 감찰 결과인 것처럼 비쳐져 오해가 커지는 것 같다"라며 "관행을 끊는 데 방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이번 감찰을 통해 나온 개선안을 실현시키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곧 협의체를 꾸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날 박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는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감찰 결과 이 사건 처리과정에 수용자 반복 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 제공 등 부적절한 수사 관행과 재배당을 통한 조사혼선, 내부 반대의견 묵살 등 '제 식구 감싸기' 정황이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번 감찰을 계기로 피의사실 유출을 방지하고 이를 엄단하기 위해 이의제기권, 인권보호관 조사, 필요적 감찰제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특히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의 초·중기에 수사의 본질적 내용을 수사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못박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즉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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