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질서유지선 불법성 인정…"민변이 주최·참가자는 아냐"[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국가와 경찰간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경찰의 위법 행위는 인정했지만 민변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민변이 국가와 전 서울남대문경찰서장·경비과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2013년 7월2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화단 앞에서 경찰의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 집회통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집회 장소 1/3가량을 차지하고 줄지어 질서유지선을 치자 물리적 충돌을 빚은 끝에 집회는 무산됐다.
이에 민변은 경찰이 사전신고한 집회를 방해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자료 1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적법했는지, 이 사건에서 집회 참가자 개인이 아닌 민변이 위자료 청구 주체가 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피고는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 당시 경찰의 위법한 질서유지선 설치로 원고 측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또 민변은 비법인사단으로서 법적 당사자 능력이 있고 당시 집회는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민변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의 질서유지선 설치가 위법했다는 1심 판결은 인용했지만 민변을 집회 주최자나 참가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변 자체가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집회는 민변 노동위원회 이름으로 신고됐으며 참가자 10여명도 대부분 노동위 소속 변호사였다. 민변 집행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구가 집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볼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원심은 "민변이 집회의 주최자 또는 참가자로서 향유하는 집회의 자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의 질서유지선 설정행위가 위법하더라도 민변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집회의 주최자나 참가자인 변호사 개인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민변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집회로 형사재판을 받은 민변 변호사 4명은 지난해 4월 체포미수죄는 벌금형, 특무공무집행방해죄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역시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위법이라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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