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에 스친 '김학의 파기환송'…증인 사전면담 논란
입력: 2021.07.09 00:00 / 수정: 2021.07.09 00:00
증인 사전면담이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동률 기자
'증인 사전면담'이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동률 기자

삼성증권 임원 "자발적 상담"…변호인 "기울어진 운동장서 불가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파기환송에 결정적 역할을 한 '증인 사전면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에는 검찰이 아닌 변호인이 증인과 접촉해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 10명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부터는 현직 삼성증권 임원 이모 씨를 증인신문할 예정이었다. 이 씨는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문건으로 지목된 '프로젝트 G' 문건을 작성한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 한모 씨의 후임이었다. 검찰은 앞서 이 씨를 비롯한 전·현직 삼성증권 직원과 변호인 사이 접촉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삼성증권 직원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이날 증인인 이 씨는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 변호인과 같은 법무법인(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증인으로 지정된 뒤 신문 절차 등을 묻기 위해 두 차례 정도 이 부회장 변호인과 상담했다. 한 번은 외근 시간에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찾아 두 시간가량 절차 설명을 들었다. 그는 자발적으로 사무실을 찾아갔으며 특별히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놓고 검찰과 사전 면담을 한 뒤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은 증인의 신빙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검찰이 면담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이른바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나올 특별감찰반원을 검찰이 미리 면담한 사실이 알려져 재판장조차 의구심을 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변호인은 변호인의 증인 면담은 검찰과 달리 응당 행사해야 할 정당한 권리라고 항변했다. /더팩트 DB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변호인은 '변호인의 증인 면담은 검찰과 달리 응당 행사해야 할 정당한 권리'라고 항변했다. /더팩트 DB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변호인은 '변호인의 증인 면담은 검찰과 달리 응당 행사해야 할 정당한 권리'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변호인에게 재판 준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검찰은 재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증인을 만나 자료를 수집했지만 변호인은 이제 와서 봤다"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만나야 하는데 그조차 하지 말라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일생일대의 형사책임을 놓고 이 자리에 섰는데 매우 서운하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변호인 역시 "변호인의 증인 면담은 대법원 판례, 헌법재판소 결정상 허용되고 금지한다면 그것이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검사와 변호인은 형사 법정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위치가 전혀 다르다. 증인 면담마저 금지된다면 서류 의미를 확인할 기회조차 봉쇄당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역시 "증인은 삼성그룹 직원이다. 피고인 측 회사 직원을 면담하는 게 어떤 측면에서도 오해가 없겠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증권의 경우 아예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했고, 오늘 증인도 검찰 조사에서 김앤장 변호사의 변호를 받았다"라며 "오해 있는 상황을 조성하면 누가 수긍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재판부 역시 판단을 내놓지 못했다. 재판부는 "(증인 사전면담을) 미국과 일본은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형사소송법 시각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역사적 문제"라며 "굉장히 신중하고 민감하게 짚어야 할 문제라 논의는 이쯤에서 마치고 양측에서 의견을 내면 검토하겠다"고 지휘했다.

이 부회장 등의 재판은 15일 오전 10시에 이어진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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