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이 전 법원장. /뉴시스 |
검찰, 2심도 징역 2년 구형…1심은 무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수십 년간 이 전 법원장과 알고 지냈다는 변호인은 "피고인은 전형적인 선비형 법관"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검찰은 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최성보·정현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법원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항소 이유와 증거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현명하게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이 전 법원장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검찰이 의심하는 피고인의 목적을 파악하려면 피고인의 일관된 품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1980년대 사법연수원 동기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은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을 가진 전형적인 외유내강 선비형 법관"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수십 년간 재판 업무에 충직하게 임해왔고 너무 철두철미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게 인물평일 정도라 비리를 감추거나 확산 피해를 막으려 했다는 건 도무지 생각할 수 없다"라며 "피고인은 비리 시정 차원에서 철저한 업무 지시를 했을 뿐 다른 저열한 목적의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 누구 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디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판단에서 기본적인 품성과 사람됨을 두루 살펴 합당한 판단 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이 전 법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은 1심 판결문을 제대로 검토하기 부족할 (선고) 다음날 곧바로 항소했다. 증거와 법리를 따지기보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상대방을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의사"라며 "1심에서 밝혀졌듯 수사 절차에서 사소한 흠을 잡아 모멸감과 겁을 주고 위축된 이들에게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현직 법원장 사건을 조사하며 회유·협박하는 게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일인지 자괴감이 든다.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며 기계적 항소하는 행태에는 분노마저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판사가 아무리 밤새 판결문을 써도 집행 단계에서 비리가 있다면 큰 문제라 반드시 고쳐야 할 비리라 생각했다. 철저한 감사를 거쳐 같은 비리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필요한 조처를 했다"라며 부인했다. 이어 "검찰 조사를 받은 지도 벌써 3년 가까이 됐는데 평생 법관으로 살아온 제게 엄청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현명한 재판부께서 법과 원칙에 따라 잘 판단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서울서부지법 집행관사무소 사무원 비리 수사 당시 검찰 수사 기밀을 영장 담당 판사에게 수집한 뒤 보고서로 정리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법원 비리 수사를 저지해야 한다는 법원행정처 기조에 맞춰 당시 서울서부지법 기획 법관이었던 나상훈 부장판사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전 법원장은 법원 직원에게 비리 사건 관련자의 검찰 진술 내용과 검찰의 영장청구서 사본을 구해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는다.
지난해 9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나 부장판사가 영장 담당 판사에게 확보한 직무상 비밀을 정리해 법원행정처에 보낼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전 법원장이 지시를 내렸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나 부장판사는 기소되지 않았다.
이 전 법원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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