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이라 쓰고 '접촉'이라 읽는다…고 김홍영 검사 상관의 궤변
입력: 2021.07.08 05:00 / 수정: 2021.07.08 05:00
고 김홍영 검사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고 김홍영 검사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징역 1년' 김대현 전 부장검사 1심 판결문 보니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건 후 수년이 지난 이 법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바 없다. 오히려 공소장이나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 중 피고인에게 부정적인 내용을 삭제하거나 변경해달라는 데에만 노력을 기울였다." (김대현 전 부장검사 폭행 혐의 사건 1심 판결문 중)

고 김홍영 검사를 폭행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재판과정에서 공소장에 불필요한 내용이 기재됐다고 주장했으나 배척됐다. 법원은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불리한 내용을 삭제하려고만 했다고 질타했다.

◆회식 뒤 집 데려다주는 후배 택시서 폭행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가 쓴 김 전 부장검사의 폭행 혐의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의 범행은 크게 업무 외적 영역 폭행과 업무 관련 질책 중 폭행으로 나뉜다. 김 전 부장검사는 회식 자리에서 이유 없이 고 김 검사의 등을 수차례 때렸다. 2016년 3월의 어느 날엔 술 취한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고 김 검사를 택시 안에서 폭행했다. 업무적으로는 회식 자리에서 미제 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고 김 검사를 질책하다가 또 등을 수차례 때렸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이러한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공소장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공소장 일본주의(법원에 예단을 발생시킬 여지가 있는 내용을 공소장에 첨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김 전 부장검사가 문제 삼은 부분은 '몇몇 검사들이 회식 중 피고인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테이블을 살짝 들었다가 놓으면서 화를 내고', '마치 골프의 하프스윙을 하듯이 (피해자를 내리쳤다)'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범행 경위와 동기,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것으로 부당하고 불필요한 예단을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할 수 없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김 전 부장검사 측은 공소사실상 범행과 다른 일시·장소에 관한 관련자 진술을 삭제해달라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범행 동기와 경위를 밝히거나 양형 판단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배척됐다.

◆"등 접촉했지만 폭행 아냐" 주장…목격자 "신음하며 아파해"

재판부가 김 전 부장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김 전 부장검사가 형법상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사건 당시 상황을 면밀히 살펴 범죄 성립을 따져야 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피해자 등을 접촉한 사실은 있으나 폭행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폭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장기간에 걸쳐 인격적 모멸감을 일으킬 정도로 심한 폭언을 해온 점 △회식 중 검사들이 떠든다는 이유로 크게 화를 내며 피해자를 질책하던 상황인 점 △회식 중 갑자기 피해자를 때리거나 욕설을 한 점에 비춰 그의 '등 접촉'은 모두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휘청하고 맞은 부분을 감싸면서 아파했다', '찰싹하는 소리가 몇 번이나 났고 피해자도 어깨를 붙잡으며 신음했다', '피해자가 아팠는지 움찔하며 피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불쌍했고 자괴감이 들었다'는 동료 검사들의 진술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고 김홍영 검사를 폭행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고 김홍영 검사를 폭행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들.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지도·감독이었다는 주장에 "검찰이 할 항변이냐"

김 전 부장검사는 고 김 검사를 지도·감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도 했다. 고 김 검사는 사건 당시 김 전 부장검사의 지휘 아래 근무하는 2년차 검사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 경위와 폭행 정도, 목격자 진술과 피해자 반응을 고려하면 피해자를 지도하려는 목적이었는지 의문스럽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부모, 직장 상사, 군대, 운동부 폭력을 수차례 경험하면서 폭언, 폭행, 폭력이 지도·감독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더군다나 이러한 주장은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사가 할 수 있는 항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사망 뒤 이뤄진 징계 절차·수사 과정에서 동료 검사가 진술한 내용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믿을 수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바 없고 오히려 공소장·진술조서 내용 중 부정적 내용을 삭제하거나 변경해달라는 데에만 노력을 기울였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던 점, 피해자 가족·지인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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