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책 잘 짚어" vs "검찰 중립성 의심"…윤석열에 엇갈린 법조계
입력: 2021.06.30 00:00 / 수정: 2021.06.30 00: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 한 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 한 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정치적 중립' 지적에 "법과 원칙 따랐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지난 3월 총장직을 내려놓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8일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전언으로만 소통하던 윤 전 총장은 29일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데뷔전'을 무난히 치렀다는 평가와 함께 검찰총장으로서 지휘한 수사들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3월에 밝힌 사퇴의 변과 같이 이날 윤 전 총장의 핵심 키워드는 '법치'였다.

윤 전 총장은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우리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공정과 법치는 필수적인 기본 가치다. 이런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 총장이 절치부심 준비한 흔적이 묻어났다는 호평도 적지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정치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원론적 구상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조계 한 인사는 "퇴임 이후 3개월간 (윤 전 총장이) 준비를 나름 한 것 같다. 내공이 있어 보였다. 정부의 실책을 정확히 짚었다"면서도 "전반적인 국정철학이나 방향 같은 것은 내놨지만 구체적인 것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준비를 잘 한 것 같다"며 "그러나 질문이 내포하는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를 깊게 인지한 느낌은 아니었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 전 총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다. 그런데 그동안 어땠는가"라며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이 정권이 저지를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도 평가는 엇갈렸다. 정부 실책을 잘 지적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간 검찰 수사과정에서 중립성이 의문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견 변호사는 "오늘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정치인들이나 할 법한 말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검찰총장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발언을 보니 하루아침에 생긴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과연 이 사람이 검찰총장 재직 중에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수사를 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간 윤석열 검찰은 선택적 수사를 한다고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며 "오늘 입장문은 그런 의구심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정치참여를 시사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언급하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를 누가 믿겠는가"라며 "법원을 제외한 감시 권력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국민적 정의감의 혼돈을 가져오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윤 전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원칙적 답변을 내놨다. 그는 "혹자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절차와 원칙에 따라서 한 것 이외에는 없다"며 "원칙과 상식에 따라서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답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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