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구형 임성근 "재판 개입 추호도 없었다" (종합)
입력: 2021.06.22 00:00 / 수정: 2021.06.22 00:00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가운데)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동률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가운데)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동률 기자

가토 다쓰야 사건 등 재판 개입 혐의…8월 2심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으로 재판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질타했지만 임 전 부장판사는 다른 재판부에 의견을 강요한 적은 추호도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21일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김규동·이희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재판 개입으로 법관 독립은 철저히 무시됐고 재판 당사자 역시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국민은 더 이상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 헌법과 법률·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줄 알았던 법관 뒤에 법원행정처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질타했다.

또 검찰은 "원심은 피고인이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기계적 판결로 다시 한번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며 "이미 선고한 판결문을 수정하라는 지시는 법조인이 아니어도 납득하기 어렵고, (피고인 행위로) 법관 독립과 재판 공정성이 무너진 점을 종합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형사수석 부장판사였던 임 전 부장판사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관행'에 불과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1심 판결을 정면 반박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을 남용했을 때 성립된다. 1심은 임 전 부장판사에게 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어떤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이 되려면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지만 반드시 명문상 근거일 필요는 없고 관련 조직법상 근거를 둔 지시로 이뤄진 실질적 업무면 족하다"며 "대법원장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사법행정 업무를 총괄하고 위임·지시·명령을 내려 관계 공무원에게 사법행정 업무를 일부 수행하게 한다. 형사수석 부장판사의 사법행정 업무 권한은 조직법적 근거에 기초한다"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 중 처음 유죄를 선고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판결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재판을 직무감독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직무 감독에 따라 법관 독립이 침해될 가능성은 있지만 법관 독립이 특권이나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직무감독은 사법행정 제도의 일환으로 인정된다"며 "독일, 일본에서도 국민 주권의 원리 등에 따라 사법행정권자의 직무 감독을 긍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법관의 막말 재판이나 법정 내 소란 등 사법신뢰가 중대하게 훼손될 상황이라면 사법행정권자로서 재판부를 상대로 경위를 확인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사과 발언을 하라는 등 특정 행위를 요청하면 법관 독립은 훼손되고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임 전 부장판사 측 변호인단은 1심 판결대로 임 전 부장판사에게 남용할 사법행정권이 없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직무권한은 법령상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법원조직법상 근거를 둔 위임이나 지시, 명령을 통해 (권한이 생긴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권한 수행을 못할 때 대행한다고만 나와있을 뿐"이라며 "직무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상 개입 대상인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구성원은 내부 합의를 거쳐 소송지휘를 한 것이라고 명백히 증언하고 있다"며 "재판권이 침해된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는 법정 증언도 있다"고 항변했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유무죄를 떠나 자신의 의욕이 지나쳐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점을 깨닫고 자책·반성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30년 동안 법관으로 일하며 형사소송법 개정과 실무 정착을 위해 청춘을 바친 점, 피고인만 바라보는 노모와 처자식을 부양해야하는 짐이 남아있는 사정을 종합해 현명히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임 전 부장판사 역시 최후진술에서 "저는 법관의 독립 원칙을 어기고 다른 법관에 영향 받거나 다른 재판부에 의견을 강요한 적은 추호도 없었다. 이런 의견이 있으니 검토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정도였지 지시는 아니었다"며 "해당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이 본인 양심에 따라 재판했다고 믿고 있고 그들도 법정에서 이같이 증언하고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다만 형사수석 부장판사로서 법관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재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법관이) 인신공격을 받으면 함께 가슴 아파했다. 검찰이 말한 사건도 다 이런 상황 속에 있었다는 것을 헤아려달라"며 "이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증언하게 된 전·현직 법관과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면서 법원행정처 요청에 따라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했다고 의심받는 재판은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 사건 등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부의 선고문을 미리 받아 법원행정처 입장대로 '첨삭'하거나, 공판회부 결정을 내린 판사를 불러 '다른 판사 의견도 들어 봐라'는 식으로 약식명령 발부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재판 개입 행위가 실재했고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지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남용죄란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다. 헌법상 독립이 보장된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이 애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로 볼 수 없다는 판시다.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이 법관 정기 인사 등으로 멈춘 2월, 국회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같은 달 퇴임했지만 탄핵심판은 헌재에서 진행 중이다.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8월 12일 오후 2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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