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최초' 탄핵 법관 나올까…헌재에 시선집중
입력: 2021.06.11 00:00 / 수정: 2021.06.11 00:00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본인의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본인의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첫 변론기일…'파면실익' '국회법 위반' 쟁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의 화두는 '심판 이익'이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2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기 때문에 파면해도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측은 "퇴직과 파면은 다르다"며 여전히 실익이 있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피청구인은 헌재 변론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는 법정에 나왔다. 소추위원 측에서도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직접 심판정에 나와 변론을 지켜봤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이날 변론에서 '2월 28일 법복을 벗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탄핵심판 제도의 기능은 직무수행 중 헌법을 위반한 고위 공직자를 파면해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소추 위원 측 논리대로라면 고위공직자 일생 내내 언제든 탄핵이 가능하고 탄핵 소추가 다수 의석 정당의 무기가 되는 결과를 빚는다는 주장이다. 임 전 부장판사 대리인은 "이 사건은 탄핵 심판을 계속할 이유가 없고 각하 결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추위원 측은 퇴직과 파면의 의미와 법적 효과가 각각 다르다며 퇴임했다고 탄핵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소추위원 측 대리인은 "국가공무원법상 퇴직과 해임, 파면은 각각 의미와 법적 효과가 다르다. 피청구인은 퇴직한 것이지 파면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질서 확립·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헌재가 법관 탄핵 관련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청구를 각하하지 말고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배 법관의 조언 또는 도 넘은 재판개입

이날 변론에서는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의혹을 놓고도 각축이 벌어졌다. 임 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선고 구술본을 미리 받아 첨삭하는 등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가 청구한 약식 사건을 공판에 넘긴 재판장을 따로 불러 재판없이 약식명령을 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에서는 이미 선고를 마친 판결문을 '톤다운'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선배 법관으로서 조언'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형사수석 부장판사로서 법관이 정당한 비판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게 비난받을 여지는 없는지 노심초사했다"며 "사전해결, 사후해결이야말로 수석 부장판사가 아닌 선배로서의 일이라 생각했다. 3개 사건 모두 이런 배경 아래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대리인 역시 "소추 사실을 보면 임 전 부장판사가 뭔가 지시·요구한 것처럼 나오는데 당시 사회 상황에 비춰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런 것도 생각해보자'는 뉘앙스였다"며 "담당 재판장 역시 지시나 강요는 전혀 없었고 참고사항이나 조언 정도로 받아들였다고 형사재판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 측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는 조언 범위를 넘어선 재판 개입으로, 헌법상 재판 독립 원칙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최초 사례라고 반박했다. 소추위원 측 대리인은 "실제로 난해한 사건은 동료나 선배 법관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가상의 상황인양 언급하며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처럼 담당 법관이 조언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일정한 지위를 빌미로 법관을 불러 자기 의견을 내세우고, 이미 진행 중이거나 선고한 사건의 판결 내용을 변경하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중대한 차이를 무시하고 빈번한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법관과 법원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구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후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구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법 위반' 카드에 '잘못된 해석' 맞불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법 위반' 카드도 꺼내 들었다. 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 야당 의원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은 "국회는 국회법이 규정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사전 조사와 질의토론을 생략하고 다수 의석 힘으로 밀어붙여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며 "헌재는 과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소추사실에 관한 국회의 충분한 조사를 판시한 바 있다. 국회에서 법사위 조사 절차조차 생략하고 표결한 것은 부당함을 넘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소추위원 당사자인 윤 위원장은 이러한 주장에 "피청구인의 입장일 뿐이고 국회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밝혔다. 변론 뒤 취재진과 만난 윤 위원장은 "충분한 조사가 선행되지 않았다는데 충분히 검토했다"며 "본회의 의결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법사위에서 조사할 수 있다고 국회법에 명시됐다. 법사위에 아무도 조사를 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은 것뿐이며 탄핵 의결에 하자는 없다"고 분석했다. '다수 의석이 밀어붙였다'는 임 전 부장판사 측 지적도 "국회 안의 문제일 뿐이고 본회의 의결은 국회법에 따른 결정으로 어떤 법적 하자도 없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임 전 부장판사의 위헌적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회는 지난 2월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 두 번째 변론기일은 다음달 6일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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