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녹색 수의 김은경…'환경부 블랙리스트' 항소심 개시
입력: 2021.06.05 00:00 / 수정: 2021.06.05 00:00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이 항소심 재판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와 이명박 정부 당시 영포라인의 존재를 언급하며 당시 인사에 위법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이 항소심 재판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와 이명박 정부 당시 '영포라인'의 존재를 언급하며 당시 인사에 위법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영포라인·비선실세와 비교말라"…보석 심문도 같이 열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이 항소심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와 이명박 정부 당시 '영포라인'을 거론하며 인사에 위법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용하·정총령·조은래 부장판사)는 4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 전 장관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출석했다. 구속 전보다 수척한 모습이었다.

김 전 장관 측은 정권 교체 과정에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인사였다고 항변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는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내 편' 임명을 위해 지원했다는 프레임을 짠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영포라인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 때는 비선실세가 있었다"며 "이때 임명된 임원들과 (문재인 정부 때 임명한 임원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추진해야 할 인사"라며 "'물갈이'라는 의미도 분명치 않은 낙인찍기를 유죄의 논거로 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표 요구 등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사직서를 직접 요구한 적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공소사실 속 문건 작성에도 피고인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직서 제출자들 증언을 보면 (사표를 제출할) 제각각 복합적이고 다양한 동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 역시 1심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건 잘못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심은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내정자에게 좋은 점수를 부여한 혐의 △환경부 산하기관 상임강사를 상대로 '표적 감사'를 벌여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각각 점수 부여는 담당자의 권한이고, 장관에게 상임감사에 대한 해임을 권유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내정자가 서류에서 탈락한 뒤 담당자는 반성문 형식 소명서를 청와대에 제출했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은 좌천되기도 했다"라며 "환경부 내 피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내정자를 탈락시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내정자에 대한 최고점수 부여는 피고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김 전 장관에게 권한이 없다는 1심 판단은) 국민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1심은 상임감사에 해임을 권유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 판례상 감사 권한이 있는 환경부 장관의 일반적 권한에 (해임 권유 권한이) 속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신 전 비서관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도 너무 가볍다고 했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에게) 징역 5년의 구형에도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며 "신 전 비서관은 인사를 좌우할 권한이 있고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을 총괄함에도 '결정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고, 원심은 이를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불법적이고 부당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해서라도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환경부와 한국환경관리공단를 압수수색한 2019년 1월 14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특별감찰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환경부와 한국환경관리공단를 압수수색한 2019년 1월 14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장관이 청구한 보석 심문 절차도 진행됐다.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은 김 전 장관은 "저는 정당하게 법원 판단을 받을 생각"이라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구속 기간에 건강이 악화된 점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검찰은 "1심의 법정구속 사유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라며 "사정 변경이 없고 도주 우려가 크다"라며 보석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2017년 12월~2018년 1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퇴를 강요하고 이 가운데 13명에게 사표를 내게 한 혐의 등으로 2019년 4월 불구속기소 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 2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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