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더팩트 DB |
전문가 "보는 사람 예단 갖게 하지 않게 작성해야"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며 김학의 출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규정을 어기고 공소장을 유출했다는 주장과 법무부가 여권이 얽힌 사건에만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반박 속에 서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자를 찾기 위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유출자가 밝혀질 경우 2019년 12월 시행된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한 첫 징계 대상이 될 전망이다.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면서 2019년 12월 법무부 훈령이 마련됐지만 현재까지 이를 근거로 징계가 이뤄진 적은 없다.
훈령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수사 시작 단계부터 재판 확정까지 수사 내용 공개를 할 수 없으며 중대한 사안의 경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할 수 있다. 특히 공소장은 공소 제기 후에도 요지만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번에 유출된 공소장 내용은 전체 16쪽 분량의 원본과 달리 12쪽으로 편집된 사진 파일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이 재판에 넘겨진 다음날인 13일 이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소 이후 공소장 공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한 경우 성립하는 피의사실공표죄는 적용되기는 어렵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더팩트 DB |
논란이 커지자 박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을 말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기소된 피고인이라도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또는 개인정보와 같은 보호해야 할 가치도 있다"며 "수사기밀 같은 보호 법익이 있는데 통칭해 침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라고 했다. 공소장이 법무부 보고와 피고인 송달도 되기 전에 공개된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장은 비밀스러울 필요가 없다. 특히 권력형 범죄는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우선이기 때문에 기소 후 공개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범죄사실을 다 적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검찰의 공소장 작성 방식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판사에게 예단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실은 기재하지 않아야 하고, 일반 국민이 공소장을 보더라도 무죄추정원칙을 넘어 범죄를 단정짓지 않게 작성돼야 한다"고 했다.
공소장에 주요 범죄 사실만 기재한 후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은 공소장을 그렇게 자세하게 적지 않는다"며 "기소되는 순간 국민들에게 혐의를 공개하되 과도한 내용은 적지 않고 공판에서 얘기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내던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는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개된 공소장에는 검찰이 수사한 이 지검장은 물론 기소되지 않은 박상기·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혐의 사실과 정황 등 매우 상세한 내용이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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