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를 방문해 계엄군에게 헬기 사격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JTBC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전 씨의 모습. /광주=이선화 기자 |
"새로운 증언 소개일 뿐" 원심 판단 유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를 방문해 계엄군에게 헬기 사격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JTBC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부(강민구·정문경·장정환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전 씨가 JTBC를 상대로 낸 정정 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JTBC는 1980년 5월 당시 미군 정보여단 소속이었던 김용장 씨와 공군 706보안부대장 운전병이었던 오원기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2019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전 씨가 1980년 5월 21일 점심시간 무렵 헬기를 타고 광주에 와서 사살 명령을 하달했다고 미군에 보고했다', '전 씨가 헬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 뒤 광주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와 사살 행위가 이뤄졌다'는 김 씨의 증언이 담겼다. 오 씨 역시 1980년 5월 21일 오전 10시 30분경 용산헬기장에서 광주로 향하는 전 씨를 직접 봤다고 언급했다. 광주 방문과 사격 명령 사실을 모두 부인해 온 전 씨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전 씨는 'JTBC의 허위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사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JTBC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의견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사실적 주장임을 전제로 한 전 씨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1심은 "이 사건 보도는 전 씨가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방문해 사격 명령을 하달한 사실에 관한 새로운 증언이 나타남에 따라, 진술 신빙성을 추적하는 흐름"이라며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사실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 전 씨 측 주장과 배치되는 김 씨 등의 새로운 주장을 소개한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또 1심은 "피고(JTBC)가 전 씨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해도 전 씨 측 증거만으로는 허위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발포 명령 주체와 전 씨의 광주 방문 여부에 관한 사법부의 명시적 판단이 이뤄진 적 없고, 정부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 시민단체에 의한 진상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전 씨는 증언자 중 한 명인 김 씨의 소속을 문제 삼기도 했다. 김 씨는 보도에서 미군 정보여단 소속 군사 정보관이라고 소개됐는데, 실제로는 미군 계약직 통역관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심은 "전 씨 측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지엽말단적이고 사소한 부분"이라며 배척했다.
이에 전 씨는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또한 "1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와 항소심에서 추가로 채택해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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