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가습기 참사 SK케미칼·애경 항소심 시작
입력: 2021.05.18 00:00 / 수정: 2021.05.18 00:00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의 항소심 재판이 18일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 1월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모습. /남용희 기자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의 항소심 재판이 18일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 1월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모습. /남용희 기자

'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 인과성 쟁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의 항소심 재판이 18일 시작된다.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4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의 2심 첫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항소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폐 질환 사이 인과관계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월 "CMIT·MIT 성분이 포함된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의 성분이 이용자에게 폐 질환과 천식을 유발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또 1심은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이용자의 피해 구제를 위해 기준을 점차 완화하며 피해자를 폭넓게 인정해왔다"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재판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추가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 이 판결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나온 증거를 토대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의 범위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 SK케미칼 대표 등이 무죄를 선고받은 1월 12일,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전 SK케미칼 대표 등이 무죄를 선고받은 1월 12일,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며 반발했다.

법조계·학계에서도 '법원이 피고인의 잘못보다 과학적 규명에 더 초점을 뒀다', '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대로 옥시와 홈플러스, 애경산업 등 가습기 제조·판매 업체 측은 관련 민사소송에서 이 판결을 언급하며 "의료기록과 살균제 노출 근거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업체 측)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정교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애경산업과 함께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원료의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위반해 9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19년 5월 구속기소 됐다. 같은 해 9월 지병을 이유로 청구한 보석이 받아들여져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안 전 대표는 SK케미칼에서 공급받은 원료로 2002~2011년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원료 물질인 CMIT와 MIT의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아 9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2019년 6월 불구속기소 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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