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수식어 붙이면 범죄냐"…2심 반전 노리는 정경심
입력: 2021.05.13 05:00 / 수정: 2021.05.13 05:00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5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5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본인이 직접 변론도…'업무방해 비범죄화'도 제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15개 혐의 중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가장 관심이 쏠린다.

정 교수가 받는 입시 비리 의혹으로는 검찰의 첫 기소 대상이기도 했던 '동양대 표창장 위조'만 있는 게 아니다. 표창장만큼은 아니지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확인서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확인서 진위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못지않게 치열하다. 동양대 표창장을 제외한 나머지 입시 비리 의혹에서도 정 교수 측은 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과장'이 범죄냐는 정경심 측의 항변

10일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한 변론이 진행됐다. 이날 정 교수가 직접 변론한 혐의도 있었다. 바로 같은 한영외고 학부모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받은 '인턴십 확인서'다. 이 확인서는 원래 '체험활동 확인서'였다. 딸 조민 씨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007년 7월 23일~8월 3일 2주 동안 연구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체험활동 확인서만으로는 유리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정 교수가 확인서 제목을 '인턴십 확인서'로 바꾸고 활동시간을 96시간으로 부풀렸다고 봤다. 또 2주 동안 연구원의 실험 과정을 두 차례 따라 했을 뿐인데도 '연구원의 일원으로서 어느 정도 검사 방법 숙련이 가능했다'는 허위 내용까지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정 교수 측은 입시를 앞둔 학생의 확인서를 어머니 또는 담당 교수가 다소 후하게 적어줬다고 처벌하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10일 공판에서 변호인은 "체험활동 확인서와 인턴십 확인서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평가자가 '어느 정도 숙련이 가능했다'는 대단히 두리뭉실한 표현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는 허위와 진실을 분간하기 어렵다. 이 두 차이가 범죄가 될 정도의 허위인가"라고 반문했다.

재판부가 확인서 제목을 바꾼 이유를 묻자 정 교수가 직접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정 교수는 "아이가 대학생이 됐으니 체험활동보다는 인턴십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애초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장 교수에게 확인서를 요청할 때에도 '인턴십에 대한 확인서를 요청합니다'라고 했었다"고 해명했다.

활동 시간 '96시간'을 허위로 본 1심 판단이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장 교수 등의 증언을 볼 때 조 씨가 평일 오전 9시~9시 30분 사이 출근해 15~16시에 퇴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활동 시간은 많아 봐야 모두 70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96시간은 통상 하루에 8시간(점심시간 제외 오전 9시~오후 6시) 일했을 거라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계산한 내용"이라며 "오고 간 시간, 따로 공부해 보고서 작성한 시간까지 합쳐야 할 텐데 활동 시간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메일 '읽지않음' 표시는 절대적일까

'이게 형사처벌감인가'라는 변호인의 '반문' 전략은 KIST 인턴 확인서 공방에서도 계속된다. KIST 확인서에는 조 씨가 2011년 7월 1일부터 3주 동안 인턴 활동을 하며 실험과 자료조사 업무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쓰였다. 1심은 활동 기간과 업무 내용 모두 부풀려졌다며 역시 허위로 봤다. 또 실제 업무는 논문 읽기와 실험도구 세척이지만 확인서에 '실험 및 자료조사 업무'라고 기재된 점, 2013년 6월 정 교수가 이 업무 내용 앞에 '성실하게'라는 수식어를 넣은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성실하게'라는 말을 추가한 게 무슨 큰 의미일까 싶다"라며 "논문 읽기와 실험실 청소 등도 넓은 의미에서 실험 업무로 볼 수 있는데, 과장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확인서 전체를 허위로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KIST 확인서의 경우 처벌 당위성이 아닌 사실관계를 다투는 부분도 있다. 바로 활동 기간이다. 검찰은 활동 기간이 3주라고 적시된 확인서 내용과 달리, 출입 내역 등에 따르면 조 씨가 KIST에 출근한 날은 5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봤다.

정 교수 측은 KIST 활동 기간이 케냐 봉사활동과 겹쳐 담당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근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 조 씨가 담당 교수였던 A 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A 교수는 조 씨에게 케냐 봉사활동에 관한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고 증언했다. 1심 재판부 역시 A 교수의 증언과, 당시 조 씨가 보냈다는 이메일이 전산상 '읽지 않음' 처리가 된 점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받아들였다.

항소심에서도 변호인은 조 씨가 보낸 이메일을 '객관적 자료'라며 제시하는 한편, 재판부의 유죄 판단 근거 중 하나였던 '읽지 않음' 처리에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조 씨와 A 교수고 서로 주고받았음이 분명한 이메일도 읽지 않은 것으로 처리됐다. 이메일 사이트가 다르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2019년 9월 1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시스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된 2019년 9월 17일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 앞 복도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시스

◆'조국 부부, 자녀 좋은 대학 보내려고 노력했다' vs '안 그런 부모 있나'

단국대·KIST 확인서 진위 공방의 종착역은 '업무방해'다. 검찰은 허위 확인서를 서울대 등의 의전원 입시에 제출해 입학 담당자의 정당한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학교 차원에서도 평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데 엄격한 혐의 입증을 필요로 하는 형사재판에서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건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조 씨가 허위 확인서를 제출했더라도 입학 담당자들이 평가했을지, 평가했다면 어떻게 평가했을지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이 사건 기록상 입학 담당자들이 지원자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 수 없고 대학 또한 공개하지 못 하고 있다. 조 씨의 서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 수 없는 영역"이라며 "이를 모른 채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인 '업무가 방해될 위험성'을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 '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는 오로지 대학의 소관이므로 법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입학사정 업무 관련 자료는 오로지 대학만이 가지고 있고, 대학만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형사법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자식 입시를 도와주다가 생긴 일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하느냐는 궁극적 질문도 던졌다. 이는 1심 판단 중 정 교수와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대목에서 거론됐다. 1심은 호텔아쿠아펠리스 인턴십 확인서를 허위로 판단하면서 허위 확인서 발급에 조 전 장관도 가담했다고 봤다. 가담 근거 중 하나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딸의 고교 시절 및 대학 시절의 학사, 스펙 관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고 실제로 딸이 좋은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저런 일반론에 해당하지 않을 부모가 얼마나 있을지, 그리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자녀의 스펙을 마련해줬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 공범으로 보는 현실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대학이 평가하면서 모순되는 부분이 있으면 입학을 취소하든 알아서 할 일이지, 형사법이 개입해 범죄로 처벌한다면 이 사건에 등장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범죄로 포섭하는 경향을 많이 보고 있다"며 "과거 사법부에서도 (업무방해의) 비범죄화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고민을 해야 할 타이밍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1심에서 입시 비리 관련 혐의에서는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확인서 한 장이라도 원심판결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다. 형사법 개입 최소화를 강조한 변호인의 전략이 항소심 재판부의 고개도 끄덕이게 할 수 있을까. 정 교수의 항소심 공판은 24일 오후 2시 30분에 이어진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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