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놓고 싸우는 검찰-공수처…법원이 칼자루 쥐었다
입력: 2021.05.08 00:00 / 수정: 2021.05.08 00: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유보부 이첩에도 기소를 감행해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이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 관계자가 만든 말일 뿐이라며 이규원 검사 기소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유보부 이첩'에도 기소를 감행해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이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 관계자가 만든 말일 뿐"이라며 이규원 검사 기소는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재판부 "이규원 기소권, 늦기 전에 판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유보부 이첩'에도 이규원 검사를 기소해 논란에 휩싸였던 검찰이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 관계자가 만든 말일 뿐"이라며 공소제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검찰 기소의 적법성을 "늦기 전에 판단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는 7일 오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차 본부장과 이 검사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검찰이 이 검사를 기소할 권한이 있는지'다.

애초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 현직 검사인 이 검사 사건을 지난달 3일 공수처로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수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첩했다. 다만 기소 권한은 공수처가 갖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추가 수사 뒤 사건을 공수처로 재이첩하라는 공수처 입장과 달리 수원지검이 기소를 강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인 이 검사는 '검찰 수사와 기소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이 검사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도 본안 심리에 앞서 기소의 적법성을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애초 공소제기가 적법하지 않다면 공소기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공수처법 조항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는데, 공수처가 재이첩해 처분권이 검찰로 넘어온 것"이라며 "이에 따라 검찰은 온전하게 사건 처리 권한을 갖게 됐다"고 반박했다. 또 "공수처가 수사권은 넘기지만 기소권은 남겨둔다면서 '유보부 이첩'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는 공수처 관계자가 상황을 설명하려고 만들어낸 것일 뿐 법조계에 있던 용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첩은 사건을 넘기고 넘겨받은 기관이 각자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는 건데 권한을 유보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넘겨준 수사권을 대리해서 수사하는 게 아닌 원래 검찰 수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정된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에 대해서도 '효력이 없다'고 봤다. 해당 규칙에는 '타 기관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기소 여부 판단은 공수처에서 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 수사 완료 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검찰은 "공수처는 헌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으로 법규명령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권한이 없다"며 "행정기관인 공수처의 사무규칙은 내부 규칙일 뿐으로 대외적 효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헌재에서 관련 심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헌재 결정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검사 측은 물론 검찰 역시 '다음 준비기일이나 첫 공판 무렵, 본안 판단 전까지 결론을 내리면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바로 하기는 어렵지만 멀리 가기 전에, 늦기 전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수처 기소권이 우선적·배타적인지 △공수처의 기소권 유보부 이첩이 가능한지 △기소권 행사 주체를 둘러싼 바람직한 입법 형식 등의 쟁점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일하던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심야 출국을 시도하자 긴급 출금 요청서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과거 사건번호를 기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 본부장은 이 검사의 긴급 출금 조치의 불법성을 알면서도 다음날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을 통해 100여 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이름·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보고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6월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해당 재판은 첫 정식 공판기일로, 이 검사 등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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