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마무리 투수' 박범계…100일 성적표 따져보니
입력: 2021.05.07 05:00 / 수정: 2021.05.07 05: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임영무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임영무 기자

검찰과 불필요한 갈등 최소화…검찰인사는 난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를 자처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로 '등판'한 지 100일이 됐다.

그간 박 장관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어수선했던 법무부-검찰 관계를 일단 안정화시켰지만 검찰 인사와 권력형 의혹 수사 등 난제도 쌓여있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 했지만 1인 가구를 위한 법제도 개선 추진 등 민생 정책 마련에도 힘썼다.

◆추미애와 결 다른 소통으로 '추-윤 갈등' 수습

박 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소통과 수습이었다. 이른바 '추윤갈등'으로 깊게 패인 검찰과 갈등의 골을 좁히는 데 힘을 쏟았다. 대전고검 등 전국 검찰청을 돌며 일선 검사 등을 수시로 만났다.

특히 강성 이미지였던 추미애 전 장관과는 달리 소모적인 갈등은 피하는 소통방식을 보였다.

출근길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비판이 제기되면 맞서기보다는 일단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지난달 23일 검찰총장 후보 추천 시 중점 기준을 놓고 "대통령 국정철학에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곧 "유념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갈등 상황에서도 "참으로 제 마음이 아프다. 보다 더 소통하겠다"며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고 수습하려고 했다. 당시 파국이 올 것으로 점친 이들은 박 장관의 발언에 다소 실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선명성 강한 직설보다는 에둘러 여운을 남기는 화법도 눈에 띄었다. 사퇴 직전 윤석열 전 총장이 여권이 밀어붙인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 등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자 "아주 참고할 만하다"면서도 "조금 부드럽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고 차분한 태도를 지켰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 2월 인사 때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와 일부 대검 부장들을 유임하면서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했다. /법무부 제공
박범계 장관은 지난 2월 인사 때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와 일부 대검 부장들을 유임하면서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했다. /법무부 제공

반면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월 인사 때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와 일부 대검 부장들을 유임하면서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했다.

의정활동 때부터 오랜 관심사인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단호한 태도도 비슷한 대목이다. 지난달 6일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 수사상황 일부가 특정 언론에 보도되자 "상황을 매우 엄중히 본다. 묵과하기 어렵다"며 대검 등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놓고는 당시 수사팀의 기소 가능성을 재판단하라는 취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 제식구 감싸기'를 질타하면서 라임 술접대 의혹 검사 감찰 결과 대검에 중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인사에서도 윤 전 총장 징계를 주도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이동시키고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총장이 추천한 조종태 검사장을 임명하는 등 전면전은 피했다. 한 전 총리 사건 감찰은 문책보다는 후진적 수사관행 점검에 방점을 찍으면서 반발을 최소화하려 했다.

정권 말기 부담을 줄 불필요한 잡음은 가능한 줄이면서도 검찰개혁 기조는 고수하는 실용적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여권 강성 지지층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 탈락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무혐의 수용을 놓고 박 장관을 성토하는 등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검찰개혁이 전부 아니다…민생 중심 법무행정 복원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임일성처럼 검찰과의 갈등이 전면 부각됐던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다소 소홀했던 일반 법무행정에 힘을 쏟은 점도 '박범계 100일'의 특징이다.

박 장관은 취임식보다 앞서 첫 공식 일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택했다. 이후 외국인 고용시설, 보호관찰소 등 총 15차례의 현장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무 정책 개선 노력도 이어졌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연내 도입을 추진했다. 1인 가구 정책이나 아동학대 대응 강화, 가석방 제도 개선 등 민생 안정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노력했다.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누명을 쓴 피해자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법무부는 지난 2월 두 사건에 대한 법원의 배상 판결에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했다.

특히 삼례 사건은 박 장관이 당시 배석판사가 공석이 된 관계로 막판에 재판부에 참여해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인 사건이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를 알리면서 "원고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통감한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박 장관. /이선화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박 장관. /이선화 기자

◆새 검찰총장 취임 후 대규모 인사 최대 고비될 듯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 제청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가 임명되면 박 장관과 '배터리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검찰총장 취임 뒤 단행될 대규모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특히 총장 후보에서 밀려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 등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월 검찰 고위 인사 과정에서 박 장관이 '신현수 파동' 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장관은 6일 출근길에서 "인사는 하게 되면 좋아하는 분도 있고, 원하는 인사를 받지 못하면 싫어하는 분도 계신다. 인사에는 항상 명암이 있다"며 "여러 목소리를 잘 담아서 잘 협의하겠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도 잘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권력형 의혹 수사와 윤 전 총장 가족 의혹 수사, 한동훈 검사장이 거론되는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 처리도 박범계 장관이 마무리에 성공할지, '블론세이브'를 기록할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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