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법정의 '프로젝트G'…"지배구조 개선 아이디어"
입력: 2021.05.07 00:00 / 수정: 2021.05.07 00:00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이 공개됐다. /남용희 기자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이 공개됐다. /남용희 기자

작성자 "승계 고려했지만…여러 해결책 정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 문건을 이 부회장의 위법한 승계 작업의 산물로 보고 있지만, 증인으로 나온 문건 작성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정리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6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팀장 한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 씨는 프로젝트G 문건 작성자다. 검찰은 이 문건을 2012~2015년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 수립된 승계 계획안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부터 이 부회장까지 주도하고 지휘한 계획이라고 의심한다.

실제로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프로젝트G 문건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현안과 문제점, 지배구조 주요 이슈별 대응방안과 지배구조 설립 방안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한 씨는 프로젝트G에서 G는 '지배구조'(governance)에서 따왔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정리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애초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 이유가 무엇이냐"는 원론적 질문을 던지자, 한 씨는 잠시 답변을 망설였다. 검찰이 문건 가운데 이러한 취지의 내용이 쓰인 부분을 제시하면서 되묻자 한 씨는 '승계'를 고려하기는 했다고 답했다. 그는 "대외적 규제가 강화돼 그룹 지분율이 약해질 수 있으니 대비해야 했다. 만약에 승계나 이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지분율이 약해질 우려가 있으니 그런 것도 같이 고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G 문건에는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될 소지가 있고 향후 지속적 규제 강화 가능성 존재'라는 문구도 등장한다. '대주주의 (삼성)전자·물산 지분이 취약', '대주주의 물산 지분 확대' 등의 내용도 있다.

한 씨는 대주주의 의미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너무 오래돼서 기억하기 어렵지만, 이건희 회장 일가를 말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삼성물산 지분이 거론된 이유로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라, 해당 회사들이 벌이는 사업을 (그룹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 문건을 이 부회장의 위법한 승계 작업의 산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그룹 사옥. /이덕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 문건을 이 부회장의 위법한 승계 작업의 산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그룹 사옥. /이덕인 기자

삼성물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이다. 검찰은 2012년 12월께 고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상황이 급변하자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옛 에버랜드)과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 씨는 프로젝트G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개별 사안 하나하나에 대응한 게 아니라 큰 의사결정 차원에서 경영권 유지 솔루션을 생각한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목표로 잡은 것이 아니라, 경영권을 유지할 여러 해결책을 고려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문건 속 과제의 모든 전제가 에버랜드(제일모직 전신)와 삼성물산 합병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두 계열사 합병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로 여겨졌느냐'고 물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의 지배력까지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한 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봤던 것 같다"면서도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검찰 측 주신문만 이뤄졌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추후 공판에서 진행된다. 이 부회장 등 피고인 측은 피고인 측은 두 계열사의 합병은 경영상 필요한 선택이었고, 오히려 삼성물산 경영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는 기존 입장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 등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가 적용됐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2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