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사기관 샅바싸움…공수처-검찰 '으르렁'
입력: 2021.05.05 00:00 / 수정: 2021.05.05 00: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의 반발을 샀던 조건부 이첩을 명문화하면서 두 수사기관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사진은 김진욱 공수처장./이선화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의 반발을 샀던 '조건부 이첩'을 명문화하면서 두 수사기관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사진은 김진욱 공수처장./이선화 기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에 '반박·재반박'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의 반발을 샀던 '조건부 이첩'을 명문화하면서 두 수사기관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제정안에 4일 대검찰청이 공식 반대입장을 내자, 2시간30분만에 공수처가 바로 재반박문을 발표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4일 사건 접수·수사·처리 및 공판수행 등 전반 업무 관련 사항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검사의 혐의가 발견된 경우 공수처가 수사 우선권을 갖는 등 수사 규칙을 마련하면서 검찰이 강하게 반발했던 '조건부 이첩'을 명문화한 조항을 포함시켰다.

규칙 25조에 따르면 처장은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한 뒤 수사를 마치면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추가수사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공소권은 공수처가 최종 행사한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조건부 이첩' 단서를 달았다. 김진욱 처장은 기소권은 공수처에 남겨두고 수사권만 검찰에 넘기는 조건부 이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검찰은 사건이 다시 넘어온 이상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처장의 요청을 무시한 채 검찰이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공수처의 규칙 공포는 조건부 이첩을 명문화해 검찰과의 마찰 등 논란을 종결하겠다는 뜻으로 논란이 끝날 기미는 없다. 규칙이 공수처 내부 규정으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사건마다 갈등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건사무규칙은 내부적 행정규칙이라서 검찰이 따를지 말지는 전적으로 검찰의 의지"라며 "규칙에 규정됐다고 할지라도 검찰과의 관계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공수처의 규칙을 반박했다. 대검 측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칙인 사건사무규칙에 국민 권리, 의무 또는 다른 국가기관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규정한 것은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실무상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공수처도 물러서지 않았다. 공수처는 대검 입장이 발표된 지 2시간반 만에 반박문을 내고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를 두고 있고,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45조는 수사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검은 공수처 사무규칙을 놓고 법적 근거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사진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제공
대검은 공수처 사무규칙을 놓고 법적 근거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사진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제공


특히 사법경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때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두고도 두 기관은 공방을 벌였다. 대검은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사건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법적 근거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반면 공수처는 "검찰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검사에 대한 공소권이 공수처에 부여됐다"며 "대검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공수처법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지난 1월 28일 헌법재판소가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인정한 점을 강조하면서 "검찰은 헌재 결정을 도외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고위공직자 범죄의 인적·물적 범위는 원칙적으로 경찰 수사 범위 바깥에 있다"며 "경찰에 사건을 보내는 것이 어떤 경우인지 그 부분에 대한 (공수처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공수처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고, 신법이 구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수처법에서 정한 고위공직자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며 "검찰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서 공수처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가 입법하고 시행됐으면 검찰도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 검찰은 공수처의 규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공수처가 수사 여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검찰이 공수처법에서 정한 사건 일부를 수사하는 과도기적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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