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롯 유다를 찾아라' 집안 단속 나서는 공수처
입력: 2021.04.23 05:00 / 수정: 2021.04.23 07:14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국과수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국과수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김진욱 처장, 문건 유출에 전 직원 감찰 지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지난 19일 느닷없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언급했다. 검사 선발 인원이 정원에 미달한다는 지적에 김 처장은 "13분의 검사가 임명됐다. 숫자도 너무 적고 우려가 크다"며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사람이 있다. 이들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는가. 13명이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작품 속 예수와 열두 제자에 공수처 검사들을 빗댄 것이다.

'최후의 만찬'에는 예수가 제자 가롯 유다의 배신을 알린 순간이 절묘하게 담겼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열두 제자와 만찬을 갖는 이 자리에서 예수는 '너희들 중 나를 팔아넘길 자가 있느니라'라고 말한다. 그림 속에서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돈주머니를 쥐고 있는 유다는 은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기고,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이름은 배신자를 일컫는 고유명사가 됐다.

마치 유다의 배신을 알리듯 김 처장은 2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했다. 검사 합격자 명단 등 사진 파일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는 언론에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내부 기강을 잡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많다.

유출 시점을 지난 20일 오전으로 특정한 공수처는 행위 자체를 문제로 보고 유출자와 유출 대상, 목적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김 처장이 본격 수사 착수 전 보안을 철저히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앞서 지난 1일 검·경에 이첩한 판·검사 범죄 사건을 수사 후 되돌려 받는 사무규칙 추진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 보도가 맞지 않는 것 같다.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사건·사무규칙을 무슨 내용으로 협의했다고 일체 밝힌 적이 없는데 그런 내용이 나왔다. 우리가 아니라 다른 데서 흘러나온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발언은 검찰을 겨냥한 듯 하지만 내부를 향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검찰과의 신경전 속에 공수처로서는 결속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문상호 대변인 등 공수처 주요 관계자들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을 해명하면서 낸 보도자료에 일부 허위사실이 담겼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보도자료에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적용한다면 검찰을 비롯한 대부분 공공기관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팎으로 견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수처는 신속한 1호 수사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모습이다. 검사와 수사관 인선 절차를 마무리한 뒤 고소·고발 사건을 검사실에 나눠 본격 검토하고 있다.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지난 16일 집계 기준으로 888건으로 공소시효 임박 사건부터 확인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1호 수사 후보로 '해운대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 '검사 룸살롱 접대' 사건 등을 거론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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