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 술접대 사건'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등 거론[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이라는 목표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와 수사관 인선을 일단락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수사력 부족이라는 우려에도 김진욱 처장은 "최후의 만찬의 13인이 세상을 바꿨다. 13인이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을 대상으로 '성공과 실패를 통해 보는 특수수사'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앞선 검사 교육이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공수처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종 변호사가 강연자로 섰다. 김 변호사는 의정부지검 차장검사와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등을 역임한 '특수통'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강연에서 "인사위원으로 검사들을 직접 뽑았다. 13명이면 어떤 수사를 해도 가능하다"며 "언론에서는 수사 능력에 큰 우려를 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발 검사들이 관련 경험도 많아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두 깜짝 놀랄 것"이라고 공언했다. 수사력 우려나 정원 미달 등 비판에 동요하지 말고 업무에 임해달라는 당부다.
공수처는 애초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19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인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만 추천했다. 수사관도 당초 30명 예정에 5급 5명과 6급 9명, 7급 6명 등 20명만 선발했다. 인선된 검사 중 검찰 출신도 4명뿐이라 수사력이 부족하다거나 반쪽짜리 인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출범 초기인 만큼 김진욱 처장이 신중론을 택했다는 의견도 있다.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본 뒤 공석을 서서히 채운다는 의견이다. 김 처장은 대변인 역시 공개모집 절차를 거쳤으나 적격자가 없다고 보고 채용하지 않았다. 검사와 수사관 충원 방향은 추후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능력 우려를 의식한 듯 김진욱 처장은 전날(19일) 출근길에서 "지난주 금요일 13분의 검사가 임명됐다. 숫자도 너무 적고 우려가 크다"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사람이 있다. 이들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는가. 13명이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처장은 "이첩받은 사건은 '1호 사건'이 아니다"라며 첫 수사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이나 이규원 검사 사건 등 검찰·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첩받은 것보다는 직접 고위공직자비리 사건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국면 전환이 필요한 공수처로서는 이른 시일 내에 첫 사건을 찾아야 한다.
김 처장이 연일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1호 사건으로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룸살롱 접대 사건이 꼽힌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술접대 검사 중 나 모 검사 1명만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2명은 접대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라며 기소하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이에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2월24일 룸살롱 접대 검사 3명을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아닌 뇌물 혐의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출범 취지에 맞게 공수처가 뇌물죄로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요청이다.
다만 이 사건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이어서 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혐의 처분한 사건에 다시 고소나 고발이 들어가면 각하 처분을 받는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검찰 공소장이 변경돼야 한다"며 "이미 수사가 종결되고 기소돼 재판에 올라갔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을 다시 수사할 수는 없다. 검찰이 기소하든, 공수처가 기소하든 판단은 법원이 한다. 공수처가 수사한다고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수사기관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안을 공수처가 다시 뇌물로 수사하는게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나머지 검사의 경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계속 수사할 수 있고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공소장은 변경될 수 있다"며 "뇌물죄로 대가성 입증 판단을 하지 않은 사건이니까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학의 전 차관은 불기소 됐는데 다시 수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대중적이고 난해하지 않다. 수사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사건"이라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정면으로 겨눌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 부산 참여연대가 공수처에 고발한 '해운대 엘시티 특혜 분양 봐주기 수사 의혹' 등도 거론된다.
지난달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김진욱 처장은 '조건부 이첩'을 설명하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검찰의 소위 제 식구 감싸기 문제 때문에 공수처법 25조 2항(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다른 수사기관이 발견한 경우 필요적으로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이 만들어졌다"고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김진욱 처장은 수사체제로 전환된 만큼 취재진과의 출근길 질의응답도 중단하기로 했다. 김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관용차에서 내리지 않고 출근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사와 수사관 채용이 일단락되면서 공수처도 수사 체제로 전환됐다"며 "출근길에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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