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항소심 재판이 오늘(20일) 재개된다. 재판이 중단된 3개월 동안 탄핵소추와 사법농단 첫 유죄 판결 등 '악재'가 겹친 임 전 부장판사 측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김규동·이희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네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공판은 지난 1월 7일 세 번째 공판이 열린 뒤 3개월여 만이다. 그 사이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임 전 부장판사 양측의 의견을 다시 듣고, 그동안 이뤄진 증거조사 내용을 확인하는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할 전망이다.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임 전 부장판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부장판사가 국회 탄핵안 가결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면서 법원행정처 요청에 따라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사실상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한 재판은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체포치상 사건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 사건 등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부의 선고문을 미리 받아 법원행정처 입장대로 '첨삭'하거나, 공판회부 결정을 내린 판사를 불러 '다른 판사 의견도 들어 봐라'는 식으로 말해 약식명령 발부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재판 개입 행위가 실재했고 이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지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남용죄란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다. 헌법상 독립이 보장된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이 애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로 볼 수 없다는 판시다.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이 법관 정기 인사 등으로 멈춘 2월, 국회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지난달 24일 열린 탄핵소추 사건 첫 변론기일에서 형사수석 부장판사로서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 재판에 개입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2월 말 임기 만료로 퇴임한 점, 탄핵소추 사유와 같은 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점 등을 들어 탄핵심판 자체가 부적법하다고도 했다.
재판이 중단된 사이 임 전 부장판사에게 '복병'인 법원 판결도 나왔다. 그동안 법원은 누구도 법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재판 개입 행위가 사실이어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대법원·법원행정처가 판사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하고, 지적 이상의 개입은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 임 전 부장판사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헌재의 재판 기록 송부 요청을 받은 상태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 심판을 심리 중인 헌재는 지난달 11일 재판부에 기록인증 등본 송부 촉탁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검토 중이다. 재판부는 아직 진행 중인 형사재판 기록을 헌재에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헌재에서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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