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공수처…'검찰 제식구 감싸기' 정조준하나
입력: 2021.04.18 00:00 / 수정: 2021.04.18 22:12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신규임용 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신규임용 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수사체제 돌입해 '1호 수사' 관심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에 대한 검찰'이라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개월 만에 수사 진용을 갖추고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검찰을 비롯해 안팎의 계속된 흔들기에도 김진욱 처장은 "호랑이의 눈빛을 띤 채 소처럼 나아가겠다"며 공식적인 '수사체제 전환'을 알렸다.

공수처는 지난 16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대회의실에서 검사 임명식을 열고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 등 총 13명의 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 했다.

김 처장은 이날 임명식에서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태동기에 있어 인적·물적 기반 등이 취약한 상황이지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의 눈빛을 띤 채 소처럼 나아간다)'의 자세로 직무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접수사건만 837건…1호 수사는 '검찰 제식구 감싸기?'

공수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소·고발·진정 접수된 사건은 837건으로 집계됐다. 고위공직자에 한정된 만큼 수사 대상이 좁으나 3개월간 8백건 넘는 사건 접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이라는 평가다.

김진욱 처장은 그간 4월 정상가동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사 등 의도치 않은 논란에 여러 차례 휩싸이자 이달 중 수사 착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김 처장이 '수사체제 전환'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중 1호 사건을 발표하고 수사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호 사건으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과 이규원 검사 사건 등이 많이 거론된다. 지난달 2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출금 의혹에 대한 공익신고를 공수처에 수사의뢰했다. 권익위가 수사 의뢰한 사건은 이첩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종결해야 한다. 이규원 검사 사건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첩받았다.

반면 출범 취지에 맞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정조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표적으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룸살롱 접대 사건이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앞서 지난 2월24일 '라임 사건'과 관련해 룸살롱 접대 검사 3명을 뇌물 혐의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술접대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은 김봉현 전 회장과 검사 출신 이 모 변호사, 나 모 검사 등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나머지 검사 2명에 대해선 향응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이 의도적으로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과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는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 사건 수사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석규 부장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석규 부장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검사 출신 적어 수사력 부족 vs 검사가 주요 수사대상인데

공수처는 애초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19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인사위원회 회의를 통해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만 추천했다. 공수처가 정원을 채우지 않고 절반의 명단만 넘긴 것을 두고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공수처는 신중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대변인 공개모집 절차도 거쳤지만 적격자가 없다고 보고 아무도 선발하지 않았다. 인선에 대한 김진욱 처장의 고심이 엿보였다. 검사 정원을 채우지 않은 것 역시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본 뒤 공석을 서서히 채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판단된다.

공수처는 부장검사에 판사 출신의 최석규 변호사와 검사 출신의 김성문 변호사를 임명했다. 사법연수원 29기인 최석규 부장검사는 공인회계사로 출발해 대구지법 경주지원과 서울행정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변호사로서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거쳐 법무법인 동인에서 근무했다. 공수처는 최 부장검사의 회계사 경험이 기업 수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김성문 부장검사도 사법연수원 29기로 부산지검 부장검사와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장검사 등을 지내는 등 17년 동안 검사로 근무하면서 형사·외사·공안·특수·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수사업무를 경험했다. 2017년 2월부터는 법무법인 클라스와 서평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평검사는 11명으로 대형 로펌·국회 보좌관·언론인·검사 출신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이 김 부장검사를 포함해 단 4명이라서 수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검사가 공수처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는 인사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추후 검사 충원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성문 신임부장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성문 신임부장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안팎 견제에 수위 높아지는 김진욱 처장 발언

검찰과의 신경전은 공수처가 풀어야 할 과제다. 공수처와 검찰은 이첩 문제로 출범 이후부터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김진욱 처장은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강제수사 뒤 공수처 이첩이 부적절하다'는 대검 공식 입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검은 다른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시점부터는 공수처의 이첩 요청은 부적절하다는 일선 검사들의 입장을 모아 공수처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의 중복되는 수사에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김 처장은 "압수수색과 상당한 정도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과는 연결이 안 돼 납득이 어렵다"며 "범죄수사 중복 관련해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해야 한다는 검찰의 의견은 찬성한다. 오늘 부장검사들이 부임하니 의견 들어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반발에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계속된 흔들기에 김 처장의 발언 역시 단호해지고 있다. 김 처장은 지난 12일 공수처 첫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국민 신뢰를 받는 선진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5급 비서관 특혜 채용'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쎈' 발언으로 받아쳤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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