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공수처 수사 돌입하면 갈등 더 증폭될 듯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검찰과 공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사건 이첩 시기와 기준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대검이 강제수사 착수 여부를 기준으로 이첩 시기를 결정해야 된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수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공소권 유보'라는 조건을 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공수처는 조건부 이첩의 근거로 공수처법 24조3항을 들었다. 해당 법률은 공수처장이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춰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수사 따로, 기소 따로'가 가능하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지난 1일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를 끝낸 후 사건을 송치하라'고 한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하고 이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 등을 기소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5일에는 이첩한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공수처가 결정하도록 하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안 추진에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12일 공수처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해 유보부 이첩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공수처법 24조1항 해석을 두고도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와 이 규정과 관련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4일까지 검찰과 경찰의 의견을 조회했다.
이에 대검은 압수수색·체포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는 공수처의 요청이 있어도 사건을 이첩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수사 이후 수사 대상자와 사건 관계인들이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서는 등 수사절차에 깊숙히 관여하게 되는데 수사기관이 바뀐다면 중복 수사로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수사 초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상당한 정도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혐의 소명이 돼야 한다. 이미 상당히 수사가 진척된 상황으로 봐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제공 |
마침내 수사 진용을 갖춘 공수처가 '1호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16일 검사 13명의 임기 시작으로 출범 3개월 만에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날 오후부터 1호 사건 수사 준비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호 사건으로 이규원 검사 사건이 거론된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를 만나 허위 면담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일부 언론에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지난달 17일 공수처로 넘어온 이 사건의 처리 방향을 묻는 기자들에게 공수처는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공수처가 수사 진용을 갖추게 된 만큼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837건에는 다수의 검사 비위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관의 의견 간극을 좁히기 위해 또 한차례 실무 협의체 가동이 불가피하다. 이에 앞서 양 기관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차례 실무 회의를 한 바 있다.
법조계 또다른 관계자는 "수사 진척이 많이 된 사건이라도 수사 과정에 공정성 논란 소지가 생길 경우 공수처도 검찰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고, 반대로 검찰도 공수처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양 기관이 잘 협의해 기준을 정해야지, 대립각만 세우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뿐"이라고 했다.
bohen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