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업체였던 '언딘'에게 여러 차례 명절 선물을 받은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치안정감, 왼쪽)에 대한 감봉·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뉴시스 |
감봉 기준에 1만3000원 모자라…법원, 무죄확정·정년도 고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업체였던 '언딘'에게 부적절한 선물을 받은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치안정감)에 대한 감봉·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최 전 차장이 명절 선물 명목으로 모두 98만 원 상당을 받았고 이는 '청렴 의무' 위반이라고 인정했지만 감봉 등 처분은 과하다고 봤다. 법원이 최 전 차장의 비위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음에도 그의 손을 들어 준 이유는 무엇일까.
◆감봉 기준보다 '1만 3000원' 모자랐던 명절 선물
최 전 차장의 '부적절한 명절 선물'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뒤 언딘과의 유착 관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언딘 측의 청탁을 받고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미준공 바지선을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며 최 전 차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차장은 기소 뒤 직위 해제됐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 전 차장은 2011년 2월~2014년 2월 언딘에게 울진홍대게 6상자, 가을 송이 1상자 등 모두 98만 7000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다. '조직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등의 이유로 중징계 의결을 요구받은 해경은 2019년 12월 최 전 차장에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법원에 처분 취소소송을 낸 최 전 차장은 98만 7000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의례적인 선물일 뿐이며, 금액을 고려했을 때 감봉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국민안전처 소속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징계양정규칙)이 정하는 징계양정기준을 들어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징계양정기준은 △의례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 징계 기준을 견책으로 정하고 있다. 의례적으로 수수한 금액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도 견책에 그친다고 규정한다.
수수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일 경우 최 전 차장이 받았던 감봉부터 최대 정직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최 전 차장이 수수한 금액은 이러한 기준보다 '1만 3000원' 모자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주된 징계 사유였던 '언딘 특혜 의혹'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은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감봉 처분은 양정 요소를 모두 충분하게 고려했다고 보기 어려워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5년간 직무 공백…법원 "원고 책임 아냐"
최 전 차장은 지난해 2월 받은 면직 처분의 적법성도 다퉜다.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들여 △직위 해제로 인해 치안정감 직위·직무에서 장기간(약 5년 4개월) 배제 △직위 해제에 따른 해경 조직의 비정상적 운영 초래 △치안정감 직위의 지속적인 공백 발생 예상 △국가경찰공무원 고위공직자로서 청렴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최 전 차장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면직 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언딘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뒤 최 전 차장은 '형사사건 기소'를 이유로 직위 해제됐는데, 이 형사재판이 5년 넘게 진행되며 그동안 해경 조직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최 전 차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로도 기소된 상태인데 이 재판은 이제 막 1심을 마쳤다. 최 전 차장을 면직하지 않으면 '지속적 공백 발생이 예상된다'고 본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사재판의 장기화 책임을 최 전 차장에게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이러한 점을 이유로 한 면직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최 전 차장은 언딘 특혜 의혹 사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지난 12일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 등으로 무죄 판결 확정이 늦춰져 직위 해제가 장기화된 것을 원고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 1심 선고만 나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사건에 대해서도 "사고 뒤 상당한 기간이 지나 기소가 이뤄져 재판이 장기화된 것"이라고 봤다. 검찰이 최 전 차장 등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 11명을 재판에 넘긴 건 지난해 2월의 일이다.
2017년 세월호의 육상 거치가 진행 중인 전남 목포 신항에서 한 어린이가 노란 리본을 바라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100일 남짓 남은 정년…"면직 필요성 작다"
최 전 차장에 대한 면직 처분을 물러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는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정년'도 한몫했다. 1961년생인 최 전 차장의 정년은 올해 6월 30일이다. 취소소송 선고 날짜를 기준으로 약 100일이 남았다. 재판부는 정년을 코앞에 둔 최 전 차장을 면직할 '인사 정책적 필요'가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면직 처분의 주요 사유였던 해경 조직의 운영 저해도 적법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전 차장이 직위 해제된 상태여도 해경 조직이 굴러가는 데 별 무리가 없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의 인사 정책적 필요가 크지 않다"며 "또한 원고의 직위 해제 기간 동안 치안감이 해경 차장 업무를 직무 대리했는데, 이로 인해 해경 업무에 지장이 초래된 구체적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원고가 6월 정년에 도달해 당연퇴직할 때까지 이러한 사정이 변경되리라 볼 자료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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