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댓글 단 누리꾼…대법 "모욕죄 처벌 안 된다"
  • 송주원 기자
  • 입력: 2021.03.25 11:10 / 수정: 2021.03.25 11:10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이새롬 기자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이새롬 기자

무죄 취지 파기환송…"의견 강조일 뿐"[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라는 댓글을 달아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오전 모욕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은 누리꾼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6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자동차 관련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아 벌금 30만 원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질문 형식으로 댓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다른 누리꾼의 의견을 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하급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급심은 "'기레기'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미 '기레기야' 등과 같은 표현으로 피해자를 비난·모욕한 여러 댓글이 게시돼 있던 점에 비춰, 독자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댓글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씨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자신의 판단이나 의견을 강조·압축한 표현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그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위법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기레기'라는 말에 대해서는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독자는 기사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고,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포털 사이트가 마련한 댓글란에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사는 안전성 논란이 많은 자동차 시스템의 일반적 장점만 옹호·홍보하는 내용으로, 피고인은 이를 작성한 기자를 비판하는 의견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 타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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