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소장 퇴직으로 업무 가중도[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언을 들은 지 일주일 만에 숨진 경비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숨진 경비원 측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
경비원 A(당시 69세) 씨는 2018년 9월 경북의 한 아파트 경비실 의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급성 심장사였다.
A 씨 측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등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적 요인이 아닌 개인적 위험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의 사인은 업무상 과로·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공단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에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아파트 측은 퇴직한 관리소장의 업무였던 제초 작업을 A 씨에게 맡겼다. A 씨는 생전 주차된 차에 돌이 튈 염려가 있다며 쪼그려 앉아 호미로 일일이 제초작업을 했다고 아파트 측 관계자는 증언했다. 이러한 업무에 경비원 2명이 추가로 배치되긴 했지만 10년 가까이 이 아파트에서 일한 A 씨가 사실상 업무를 도맡았다고도 했다.
또 A 씨는 무더위가 지속된 2018년 7~8월 본래 업무가 아니었던 전지 작업, 방역 작업, 화단관리, 조경 등 작업을 떠맡았다.
이외에도 A 씨는 사망 직전 이중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폭언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관리소장 퇴직 뒤 추가 업무부담과 주차관리 과정에서 듣게 된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가 심장동맥경화를 유발했거나 악화 시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A 씨가 평소 건강 문제를 호소한 바 없고, 심혈관계 질환을 이유로 치료를 받은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며 "2009년 이 아파트에 입사해 9년 이상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던 망인이 관리소장 퇴직에 따라 업무가 추가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그리고 입주민과 갈등을 겪은 뒤 사망한 것은 직무 과중·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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