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자 주치의에만 묻고 업무상질병판정위 열지않아[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망 노동자 유족이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을 주장하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열지않고 판정을 내렸다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
A 씨의 배우자 B 씨는 2002년 콜택시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사무실에서 쓰러져 뇌출혈과 폐렴 진단을 받아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됐다. B씨는 이후 요양 중 수두증 등 추가상병에 기존에 앓던 만성신부전이 악화돼 투석 치료 부작용으로 대장염이 발병, 대장 절제술을 받았다가 지난 2016년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A 씨는 "B 씨의 사인은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된 기존 질병의 연장 선상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유족 급여·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B 씨의 주치의 등에 자문한 뒤 "B 씨는 기존 질환인 만성신부전에 의한 투석 치료, 대장염 발병으로 외과적 수술 후 회복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기존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 인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유족 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하지 않고 부지급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8조는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소속 기관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한다.
A 씨 측은 또 "B 씨가 투석 치료를 받은 건 기존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된 질병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이 투석 치료의 부작용으로 대장염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다가 사망했기 때문에 기존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의 유족 급여 부지급 결정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사망 노동자의 유족이 업무상 질병과 직접 사인 사이의 인과 관계를 주장하며 유족 급여 등을 신청했다면 원칙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대상"이라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추가 상병(업무상 질병 치료 중 새로 발병한 병)에 따른 요양 급여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도 "요양 급여가 아닌 유족 급여·장의비는 심의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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