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주 승낙 전까지 철회 가능"[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노동자가 사표를 낸 뒤 사직 의사를 철회했는데도 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 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A 언론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A 언론사에서 기자로 근무 중인 B 씨는 2018년 7월 편집국장이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용되자, 노동조합을 설립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부착하고 같은 취지의 입장문을 전 직원에 배포했다.
이에 A 언론사는 2019년 7월 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B 씨의 행위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B 씨는 인사위를 하루 앞둔 2019년 7월 8일 부사장에게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코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된 사표를 제출했다.
2019년 7월 인사위가 열리기까지 1년여 동안 A 언론사는 이사회를 두 차례 개최해 B 씨에 대한 감봉 6개월·지역본부 전보, 정직 등을 각각 의결했으나 B 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자 모두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B 씨는 사표를 낸 직후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표는 폐기 처분해주세요'라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또 B 씨는 예정된 인사위에 참석해 '제가 지방으로 내려가겠다'며 함께 인사위에 넘겨진 동료들의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A 언론사는 B 씨의 사표를 수리해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징계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부 결재를 거쳐 B 씨를 퇴직 처리했다. 이에 B 씨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했고, 노동위는 부당 해고로 판단했다.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까지 갔으나 재심도 서울지방노동위 판단을 유지했다.
법원 역시 "B 씨의 사표 제출을 근거로 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동자가 사표를 제출한 경우 고용주의 승낙 의사가 노동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노동자는) 사직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B 씨는 갈등 상황에서 타협안의 하나로 사표를 제출한 것에 불과해 사직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2019년 7월 인사위 당시 △B 씨가 계속 근무할 것을 전제로 징계 수위를 논의한 점 △B 씨의 사직 의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점 등에 비춰 A 언론사는 B 씨의 사직 의사 철회를 알고 있었음에도 B 씨를 퇴직 처리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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